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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앤박 Oct 21. 2024

네일 아트

소확행

한 달에 한 번 네일숍에 간다. 

네일아트를 하는 그 시간은 내겐 힐링의 시간이다.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예쁘게 다듬어진 손을 보면 나를 소중히 여기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티스트들이 손 관리를 할 때마다 칭찬을 해준다.

"손이 곱고 예쁘시네요. 가늘고 길뿐 아니라 손톱 바디가 다른 분들에 비해 길어요."


어릴 적부터 손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여고시절 수학여행에서 저녁식사로 상추쌈을 먹었다. 쌈을 먹고 있는 내 손을 보며 한 친구는 작고 통통한 자기 손을 가져다 대며 예뻐서 부럽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보며 당신 손을 닮았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아 전기는 물론 집안 곳곳을 돌보며 손을 가만두지 않아 거칠어질 만도 한데, 손을 씻고 로션을 바르는 습관 덕분이었는지 곱고 부드러웠다. 가끔 양말 벗은 내 발을 보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엄마 발을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네 엄마가 손보다 발이 참 예쁘잖아."

엄마 발은 내가 보기에도 참 예쁘다. 내 발은 칼발이라 가늘고 길다. 30년 넘게 높은 구두를 오래 신은 것에 비하면 크게 밉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른발 세 번째 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보다 뒤쪽이 짧아 동그랗게 구부려져 가려진다. 아버지는 그 발가락을 볼 때마다 엄마 발과 비교하며 말씀하셨다.

네일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늘 다른 사람들 앞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직업이었기에 손을 가꾸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손톱이 얇아 잘 부러지는 약점을 보완하려고 매니큐어를 발랐다. 점점 네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어느 날, 네일숍에 갔다가 붙이는 손톱을 사용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에는 주변에서 네일숍에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어 조심스러운 마음에 요란하지 않도록 손톱 끝부분만 매니큐어를 바르는 프렌치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창구 업무를 맡고 있던 내 앞으로 남자 고객이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업무처리하고 있는 손을 유심히 바라보던 고객이 내게 말했다.

"네일숍 다니시나 봐요?"

"넷?"

남자 고객의 물음에 깜짝 놀랐다. 직원들도 잘 알아보지 못했던 내 손을 보고 관심을 갖는 남자 고객이 조금 놀라웠다. 고객은 누나가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어 손이 깔끔해서 눈여겨보게 되었다며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연한 색상을 고른다. 튀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회사 대표님과 식사를 하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자 지점장은 처음이라 조금 신경이 쓰였지요. 남자 지점장들은 털털해서 신경 쓰지 않는데 여자 지점장님이 오시니 옷차림이나 여러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중에서도 항상 손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구나 하고요. 일 처리도 세심하셔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두 은행을 거래하고 계셨는데 거래가 적었던 우리 은행으로 대부분의 거래를 옮겨 주셨다. 이유는 타행에 비해 세심하고 꼼꼼한 일 처리와 관리가 마음에 들어서였다며 인사이동으로 지점을 떠날 때 많이 서운해하셨다.


이처럼 네일 아트는 나를 좋은 이미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네일숍을 가는 이유는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스스로 가꾸고 아끼는 일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네일아트는 단순한 미용을 넘어 자신감과 행복을 선사한다. 지금이 나에게 가장 젊은 날, 예쁜 것도 젊을 때 해야 더 빛난다. 손관리를 받는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나의 소확행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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