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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앤박 Nov 07. 2024

세 번째 스무 살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한 올해는 예전과 달라진 몸의 흐름을 자주 실감한다. 

매년 하는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지만 체중을 줄이라는 권유를 받았다. 날카로워 보일 만큼 마른 체형이던 시절에는 살이 좀 붙었으면 했는데, 어느새 과체중이라며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질병에 의사는 약처방을 권했지만, 체중 감량을 선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살을 빼는 일은 쉽지 않다. 젊었을 때는 고무줄처럼 계절에 따라 체중이 오르내렸지만, 최근 몇 년간 불어난 체중은 사계절 내내 도망갈 생각조차 않는다. 식사조절과 함께 운동으로 살을 빼기 시작했으나 갈 길은 아직 멀었다. 작년에는 남편과 함께 매일 체중계로 점검하면서 운동을 했다. 아침에는 맨발 걷기, 점심에는 골프 연습, 저녁에는 호수 공원을 산책하며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움직였더니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하루 2만 보 이상을 걷는 여행에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아침 맨발 걷기 후 다리에 붉은색의 좁쌀만 한 것들이 오돌토돌 올라오기 시작했다. 며칠을 버티다가 다리가 뜨겁고 가려워서 집 앞에 병원을 찾았더니 피부장벽이 약해졌다며 치료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의사는 당분간 맨발 걷기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에 산에 가는 것을 중단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에 걸렸다. 2년 전에 코로나로 두어 달 아팠는데 또다시 코로나에 걸렸고 지난번보다 더 심했다. 어질어질한 것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토요일 아침, 남편을 깨워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며 수액을 권했다. 핏줄이 얇아 수액을 맞는 시간이 길고 간호사가 주삿바늘을 잘못 꽂는 경우가 많아 수액을 맞는 것은 고통스러운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삿바늘을 꽂는 간호사에게 나의 상태를 미리 이야기했더니 주의를 기울인 덕에 수액을 맞는 동안 스스로 잠이 들었다.


이전처럼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즐기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며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럴 때는 SNS가 있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코로나에 재차 걸리면서 등산과 산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어쩌다 몸 상태가 괜찮다 싶다가도 두 달간의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나서 하염없이 무너져버린 체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SNS에 올라오는 글이나 사진을 보고 여전히 잘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난봄에 다녀온 여행 기록이나 간간이 움직이는 일상의 모습들을 적고 있을 뿐이다.


최근 지인의 전시회 초대에 가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혔지만, 몸 상태를 아는 나는 외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외출하고 나면 며칠을 쉬어야 겨우 다시 움직일 있는 상태라 가능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예정된 여행을 위해 체력을 아껴야 했다. 예전 같으면 기쁜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서 움직이던 나였지만, 지금은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가능한 몸 상태에 마음이 맞춰지는 상황이다.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으니까, 지금의 나를 조금은 자연스럽게 두려고 한다. 두 번의 스무 살을 지나면서 모든 힘을 다 써 버린 모양이다. 천천히 조금씩 채우다 보면 예전처럼 활기차게 활동할 시간이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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