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아온 브런치 • 조용한 시작
한때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숨을 붙잡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네 번의 죽음의 문턱. 차 추돌사고, 세 번의 수술,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섯 해의 물리치료. 마비와 깊은 트라우마, 신경안정제와의 싸움 속에서 나는 후천적 장애인이 되었고, 삶의 균형을 완전히 잃은 채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모국어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언어마저 나를 떠나는 듯한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 플랫폼을 알게 되었습니다. 손끝으로 한글을 타이핑하는 그 조용한 행위는, 내가 아직 살아 있고 잃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한 글쓰기는 내 안의 언어를 깨우고,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글을 쓰며 나는 비로소 ‘나의 이야기’로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이후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도, 나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 글들이 이어져 뉴욕에서 영문으로 책이 출간되었고, 지금은 어퍼 이스트사이드의 반스 앤 노블 서점에서 전시 및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반스 앤 노블 웹사이트와 아마존, 굿리드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소개되며, 세계 여러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시작은 브런치였습니다. 무너진 일상 속에서 브런치는 내가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열어준 문이었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든 희망의 장소이었습니다.
오늘 문득,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이 글들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