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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

by 잠시 동안

오늘 문득 브런치가 떠올랐다.

부족할 수도 있는 한글이지만, 세 번째 수술과 치료에 의해서 잊었던…

오랜만에 다시 조금이라도 글을 적어보고 싶어졌다.

고통도, 두려움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표현을 끌어내는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음이 정신이 더 선명해지니까..


나는 늘 벅차오른다.

이 공간에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남기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부족함을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전히 깊은 고마움에 문득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서 잠시 멈춰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이 있기에

다시 오늘도 돌아와 조용히, 천천히 마음을 표현한다.


세 번째 수술 이후, 나는 여섯 달 동안 치료 기간이라는 처방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물리치료와 주사, 반복되는…

여전히 마음으로는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사실 몸은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독한 신경 안정제는 피하고 있다.

지금도 잠시 잊게 해주는 약 대신, 나는 이 고통과 두려움, 불안을 온전히 그랬듯이 내 것으로 끌어안기를 하고 있다.

나를 버티게 하는 건 결국, 약이 아닌 나 자신이어야 하니까…..


매일 병원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너무나 힘겹다.

차에 오르는 순간, 고요한 그림자처럼 트라우마가 나에게 스며들어 말없이 나를 휘감는다.

나는 늘 뒷자리에 앉는다.

눈을 꼭 감거나 안대를 쓰고, 귀에는 소음 차단용 에어팟을 낀다.

세상의 소리도, 빛도 닫아둔 채, 베개 하나를 품에 안고 웅크린 채 앉아있다.

그렇게 또다시 병원으로 향하고, 예약을 잡고, 물리치료를 다닌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에 차 안에서 숨이 막히고, 때로는 가늘게 뜬 실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괜찮아하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지치고 힘이 없어 몸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야 하는 날에는 안전벨트를 맨 채 비스듬히 눕고, 베개를 끌어안는다.

좋지 않은 자세인 줄 알면서, 이렇게 해서라도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리고 비행기도 무섭다. 감히 타지 못한다.

그래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나에게는 어쩌면 그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두렵고, 아득하고, 손 닿지 않는 것.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비행기를 타고 저 하늘을 지나 구름 곁을 스칠 수 있을까?

삶은 때로 불완전해도, 멈출 수는 없다.

조금 비틀거려도, 그렇게 나아간다.


그렇기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되는, 한순간 모르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준비일까?!

어쩐지, 사진 대신 스케치라면 조금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일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잠자리 연필을 잡았다.

몸이 기억한다고들 말한다.

장애가 되어버린 몸으로 살아가는 나.

움직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내 손은—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들 사이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조용히, 묵묵히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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