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고통의 순간
무언가 "쾅! 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영재는 흙더미 속에 묻혔다.
병원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똘이 아빠! 눈 좀 뜨봐! 응? 여보! 뭐라고 이야기라도 해봐! " 라며 통곡하는 부인은 들것에 실려오는 환자를 붙잡고 흔들었다.
멀리서 사람들 이야기하는 소리가 점점 귓전으로 다가왔다.
"사고가 엄청 크게 났어!"
"지금도 갱속에 묻혀있는 사람을 구조하고 있는데, 살 가망성은 없을 거야!"
"구조된 사람들도 병원에서 죽었어!"
비명소리, 고함소리, 우는 소리 등 병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영재는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 간신히 눈을 뜨니, 병원에 누워 있었다.
탄광 사고로 채탄원 인부 1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살아남은 사람도 호흡곤란 및 폐질환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였다. 영재는 병원에서 깜상 소식을 듣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사망명단에 깜상이 들어 있었다. 충격을 크게 받았고 슬펐지만, 자신도 언제 퇴원할지도 모르는 신세였다.
사고가 나는 날, 깜상이 갱밖에서 내게 작업 전 명심하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영재야! 갱속에 들어가기 전에 꼭 지켜야 할 금기사항이 있다. 휘파람을 절대 불어선 안된다! 도시락 밥도 네 주걱으로 푸면 안 된다! 부부싸움 등 싸운 뒤 들어와서도 안된다!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위태위태한지, 몇 번이고 금기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영재야! 오늘도 우리 살아서 나오자!"라고 한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영재는 끝없는 수평선을 향해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원양어선을 타고 오징어 잡이에 나섰다. 500톤 급에 선원은 30명 정도였다. 8개월 동안 바다 위에서 계속 조업을 해야 했다. 만선이 되어도 운반선이 와서, 잡은 오징어를 옮겨 싣고 떠나버렸다.
북태평양 사할린 부근이라고 하는데 몹시 추웠다. 오징어가 잘 잡히면 철야작업과 함께, 잠도 못 자고 계속 잡아야 했기에 정신과 육체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잠 못 자는 고통은 선원들을 그야말로 극단적인 퇴로로 몰아넣었다. 어떤 선원은 운반선이 올 때, 탈출을 시도했으나 , 바다에 빠져 실종되는 일도 있었다.
영재가 탄 배에서도 탈출로 실종된 사건이 3건이나 되었다.
선단에 연락해서 선단 10여 척이 며칠간 샅샅이 뒤졌지만, 그 넓은 바다에서 찾기란 어려워 수색을 포기했다. 선장은 통신장에게 회사에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오징어 잡이에만 온통 신경을 써는 듯했다. 사람이 살아 있는 건지, 죽었는지, 더 이상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바다 위에서는 어떤 법도 없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영재뿐만 아니라, 선원들은 오로지 8개월이 지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갑자기 배가 요동치며 갑판과 내실까지 물이 들어왔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선장은 조타실로 모두 집합시켰다.
"지금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 항해사는 태풍 진로를 피해 신속히 피항하고, 통신장은 수시로 기상 수신받고, 나머지 선원들은 5명씩 교대로 조타실에서 비상 대기한다! 알았나? "
선장은 격앙된 어조로 각자 임무를 주고, 교대별 선원들에게 근무지침을 내렸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교대시간 지켜라! 각자 위치로! 빨리빨리 움직여라!"
각자 위치로 가자 말자, 산 같은 파도가 배를 들어 올리고, 다시 내던지며 언제 파도 속으로 삼켜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엄청난 격랑 속에 살 길을 찾아 황천항해를 하며, 태풍 진로를 피해 동남쪽 하와이 인근 해역으로 다급하게 피항하고 있었다.
영재는 난생처음, 그렇게 산 같은 높은 파도를 보고 '무서워~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어머니! 제발 살려 주세요!'라고 맘속으로 빌었다.
다행히 태풍은 지나갔고, 강렬한 햇볕으로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바다는 잔잔했고, 배는 조업하기에 바빴다.
선장은 태풍이 지나가기 무섭게, 선원들을 몰아세웠다. 태풍으로 조업을 제대로 못했기에, 조업에 선원들을 기계처럼 풀가동했다.
갑자기 선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혹독하게 일을 시킨다고 동남아 선원인 2명이 야밤에 선장 침실에 들어가 선장을 살해하고, 나머지 항해사 등 간부선원들을 위협하면서 창고에 가두고, 통신국장은 전보 및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
" 우리는 돌아간다! 집으로 갈 것이다! 빨리 뱃머리를 돌려라!"
통신장은 그들에게 무사 귀환을 위해서는 제발 진정하라고 애원하며 달래고 했다.
" SOS! ... - - - ... SOS! 계속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우리는 귀환 중입니다."
통신장은 선단과 회사에 계속 사고 소식을 타전하고 있었다.
선장 시신은 어항 냉장고에 보관되어 냉동시키고, 일단 배는 선단 쪽으로 향했다.
망망대해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12일 항해 끝에 꿈에도 그리는 부산항이 보이는 해역으로 들어섰다. 육지에 발을 밟기도 무섭게, 해양경찰선이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와서 경찰관들이 배에 올라탔다.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필리핀인, 인도네시아인 2명은 체포 및 구금되고, 배는 부산항에 정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