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라면 최고라 여기는 나의 아들. 아빠는 어떻게 외손주에게 최고의 할아버지가 되었을까? 아빠만의 권법이 있다.
하나.
중장비 차를 사랑했던 나의 아들은 할아버지의 기계에 관심을 보였다. 농부인 아빠의 커다란 창고에는 농기구는 물론 많은 중장비들이 있다. 어린 손주의 눈에는 농기구도 그저 커다란 장난감이다. 그런 손주의 마음을 알고 모든 중장비에 시동을 건다. 부르릉 시동만 걸어도 엄청난데 움직이기까지 한다. 경운기는 물론 트랙터까지. 할아버지는 손주의 손을 핸들에 놓아주기까지 하신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슈퍼맨인 줄 안다.
둘.
아빠가 사는 마을에는 구멍가게도 하나 없다. 대신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물론 논밭은 천지다. 배산임수에 맞게 동네 앞에는 냇가가 있다. 아이를 낳고 보니 그런 시골은 아이에게 천국이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마 마음이고. 손주의 마음을 읽으신 할아버지는 아이를 차에 태운다. 그리고 읍내의 가장 큰 마트로 데리고 가신다.
“다 골라.”
푸하. 아이는 사탕에 빼빼로, 아이스크림까지 한 아름 안고는 행복에 겨워했다. 뭐니 뭐니 해도 과자랑 장난감이지. 역시 우리 아빠는 천재야.
셋.
여름이면 시골은 더 찬란한 천국이 된다. 손톱 밑이 새까매지도록 땅을 파고 놀 수 있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동네의 천은 더 깊어진다.
“할아버지 우리 물고기 잡으러 가요.”
아빠도 엄마도 해주지 않는 일, 할아버지는 다 해주신다. 족대와 양동이를 들고 할아버지와 아이는 냇가로 간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다. 아주 작은 물고기는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큰 물고기가 잡히면 그것을 삶아 채로 내려 추어탕을 끓여주신다. 할아버지는 요리사.
넷.
아빠의 작은 마당은 놀이터가 된다. 여름에는 양동이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해주신다. 심지어 손주가 간다고 하면 미리 물을 받아 따뜻한 햇빛에 데워 놓으시기도 한다. 겨울에는 마당에 불을 피워 고구마도 구워주신다. 방에 있는 아빠의 텔레비전도 순식간에 손주의 것이 된다.
“기가 지니, 어린이방송 틀어줘,”
손주는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무한대로 볼 수 있다. 다 내어주시는 아빠.
다섯.
“할아버지, 저 인공지능 개를 사고 싶어요.”
“인공지능 개?”
“엄마가 진짜 개는 못 키운다고 해서 대화가 가능한 개를 사려고요.”
“그래?”
“근데 그게... 7만 원 정도 해요.”
“그래? 그럼 할아버지가 줄까?”
“으흐흐 좋아요.”
나의 아들은 이제 할아버지께 삥까지 뜯는다.
“이 돈으로 인공지능 개를 사줘라.”
“네? 야, 너! 엄마가 안 된다고 했지!”
“사줘라 좀. 애 속상하게 왜 그래.”
이 녀석, 할아버지가 만능인 줄 안다. 아빤 기분 좋게 원하는 것은 손에 확실하게 쥐어 주신다. 손자 사랑에 진심인 아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