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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우변호사입니다
Aug 14. 2024
나는 2000년 12월에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2001년도에는 서초동에 있는 소박한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았고, 2002년도에는 일산에 새로 지어진 거대한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 당시 나의 시간사용의 우선순위는, 어린 세 아이를 잘 양육하는 아빠 역할이 1순위였고, 교회에서 새 가족부 부장집사로서 매주 교회에 오는 새 가족들이 교회에 잘 적응하도록 보살피는 역할이 2순위였고, 사법연수원 32기 신우회장으로서 사법연수생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힘쓰고 기도하는 것이 3순위였고, 사법연수원 공부는 4순위였다.
사법연수원에서는 현직 판사, 검사님들이 교수로서
두꺼운 사건기록을 읽고 판사처럼 판결문을 작성하는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사처럼 공소장을 작성하는 검찰실무, 변호사처럼 여러 서면들(변론요지서, 항소이유서,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는 변호사실무를 공부시키셨다.
판결문 쓰는 과제가 나오면, 다음날까지 판결문을 작성해서 교수님께 제출해야 하는데, 실체적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이 많이 되어서 마치 심장을 갈아서 판결문을 쓰는 느낌이 들었다. 판결문을 계속 쓰다가는 내 명대로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았다.
검찰 공소장 쓰는 것은 쉬웠다. 사회생활 경험이 있고 나이가 많아서인지 검사일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고 수사하여 벌을 받게 하고 구속시키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변호사 실무는 내 적성에 잘 맞았다.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살아가는 데는 검사나 판사보다는 변호사가 더 좋을 것 같았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모든 군중들이 돌을 들어서 치고 죽이려 할 때 예수님은 마지막까지 그 여인을 변호하셨다. 예수님은 판검사가 아니라 변호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령님을 뜻하는 헬라어 '파라클레토스'는 변호자, 중재자, 협조자, 보혜사,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 '어떤 사람의 도움이 되기 위해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배웠다.
사법연수원 교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검찰실무, 민사재판실무과목에는 흥미를 잃었다. 변호사실무 공부는 열심히 했다.
공부가 취미인 동시에 특기이고 암기력 천재들인 파릇파릇 젊은 20대 사법연수원생들 수백 명 틈에 끼인 35세 늙은 사법연수생 태원우는 성적이 후반부이고 공부를 잘 못하는 연수생이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늘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라는 칭찬만 받으며 자부심 속에 자라온 나도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사법연수원의 문화 속에서 35년 인생 최초로 '나는 공부 열등생'이라는 사실을 자인해야 했다.(기분이 더러웠지만, 그런 경험 덕분에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인생에 철이 들고 인간이 되어갔던 것 같다. ㅎㅎ)
사법연수원 교수님들은 엘리트 현직 판사, 검사였는데,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우수한 연수생들을 더 많이 이뻐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다른 일이 많아도 사법연수원 공부는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그 당시 서울에서 일산으로 매일 출퇴근하면서도 그렇게 좋다는 천하제일 일산호수공원을 둘러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던 시절이었다.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진행되는 직무연수의 기회가 왔다. 나의 인생에서 일산 호수공원을 둘러볼 기회가 이제야 다가온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125명의 변호사들이 직무연수를 신청하셨다. 나도 밀린 일들,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과감하게 눈 딱 감고 연수를 신청했다.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시작시간은 오전 10시부터다.
아침 7시부터 2시간 동안 일산 호수공원 주변을 산책하고 둘레길을 달리며 많은 사진(300장)을 찍었다. (그중에서 일부만 페북에 올린다)
역시 천하제일 일산이라고 할 만했다.
나랑 친한 친구들 5명이 일산에 살거나 일산에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모두들 인품이 훌륭하다.
좋은 성품에 존경할만한 친구들이 살고 있는 일산, 호수공원이 있는 천하제일 일산이 나는 좋다.
(요한복음 14장)
16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17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