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전에 읽은 포토에세이 『내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길』에 보면 「어쩌다 보니」라는 글이 있다. 도예 수업을 하는 어떤 클래스에서 조를 두 개로 나누어 한쪽은 많이 만든 '양'으로 평가를 하고 다른 한쪽은 '완벽한 하나의 제품'만을 만들게 했다는 것이다. 평가의 시간이 다가왔고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는데……. 가장 훌륭한 작품들은 대부분 양으로 평가받은 집단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지금 온 힘을 다해 완벽한 글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하는 중인데, 정리 실력은 여전히 초보 귀차니스트에 머물고 있어도 글쓰기 실력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스님이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라는 책에서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최갑수의 책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읽다가 본 안자이 미즈마루의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의 부담을 탁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충한다'고 바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대충 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으려나요.
대충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안자이 미즈마루, 『안자이 미즈마루: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중에서



그래도 매일 같이 청소와 정리에 신경을 썼는데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딱히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버벅거리고 있다. 울샴푸,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수소…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있는 세제로 대충 청소하며 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확 바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나름 변명을 해봐야겠다. 거기에 대한 것은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이라는 책에서 시원하게 알려준다.



입었던 옷을 아무 데나 훌훌 벗어 놓는 남편을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면, 또 습관적으로 쌓인 일을 미뤄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뇌는 변할 수 있다는 것, 즉 가소성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습관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다만, 당장 오늘부터 완전히 새롭게 변하길 원한다면 차라리 새 남편을 찾고 새로 태어나는 편이 더 쉬울 것이다. 타고 난 뇌와 자라온 환경은 성격 형성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뇌가 물리적인 손상을 입지 않는 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성격 특성 중 일부는 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 52쪽



당장 오늘부터 완전히 새롭게 변하길 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긴장하지 말고 부담 없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깔끔한 집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이번 생에서 이루기 힘든 일이라고 해도, 하루에 조금씩 정리에 돌입하는 습관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으니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무리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는 만큼 하기 위해서는 힘을 좀 빼고 '최선을 다해 대충하는'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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