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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험

잡생각

by 안전모드

원체험

기억에 오래 남아있어 어떤 식으로든 구애를 받게 되는 어린 시절의 체험


어린 시절,
무의식 깊숙이 박혀, 지금도 나를 무심히 휘감는 체험들.

운동회가 끝난 날 저녁 시장에서 먹던 짜장면.
까만 소스, 지친 다리보다 먼저 녹아내리던 단맛.


소풍날에만 먹을수 있었던,
단무지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햄, 엄마표 김밥.
손끝에 묻은 참기름 냄새가 아직도 아른거린다.


작은 안방의 밤.
엄마가 걸레질로 다듬는 고요,
그 등을 말 삼아 올라타던 나.
비 오는 날, 따뜻한 등에 업혀 들었던 그 숨결.
어디에도 없는 그 평온함, 그 안도감.


쌀창고에 오래 묵은 향.
마치 먼 시간 속으로 떠나는 문 같아서
나는 종종 그 안에서 숨 쉬었다.


후회는…
갖지 못한 것들보다, 해보지 못한 것들에 닿아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 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내 삶을 허비해버린 것 같다는 자책.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품고, 간직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나이 들수록 문득 드는 생각.
죽음이 하루 더 가까워진다는 실감.
하루를 더 산 하루살이는 행복할까?
아니면 절망 속에도 무언가를 건져 올릴까?


"다른 사람의 불행은 내 불행을 덜어준다."
어딘가에서 읽은 글귀.
맞는 말일까? 아니면 너무 잔인한 위로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글은… 치유다.
읽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쓰는 것, 끄적이는 것,
그게 더 깊은 안으로 데려간다.
심지어 웹툰 속 대사 한 줄에서도 위로가 피어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머릿속은 시끄럽다.
잡념은 피처럼 솟고, 생각은 발버둥친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란 없다는 생각.
아무렇게 흘러가는 하루조차, 어쩌면....

그냥 이런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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