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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Dec 25. 2020

코로나올 것 같은 크리스마스

대학원 왜 다니니?

코로나올 것 같은 크리스마스다!

우리 가족이 못 만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떨어져 살다가 결국 코로나의 방해로 인해 서로의 지역에 갇혀버렸다.


갇힌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이 시간이 나만 불공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주말의 공허함을(괴롭힘을) 달래주던 대학원 1학기 수업이 종료되고 나니, 주말에 생각지 못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대학원 한학기의 소회를 정리해볼까 하고 폼을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책을 백권 읽는 게 좋을까? 대학원을 다니는 게 좋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정리하는 의미에서이다.


1.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

노트북 화면을 통한 수업은 처음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채팅창에 이런저런 본인들의 생각과 질문들을 통해 재미까지 느껴지는 수업도 있었으며, 필요하면(교수님이 뭐라고 안 하신다는 조건) 화면을 꺼놓고 수업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편한 자세로 수업을 들을 수 도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할 수 도 있다. 동영상 화면캡쳐 기능을 이용해서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온라인 수업인 만큼 단체 카톡방에서도 의사소통이 굉장히 활발하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따로 줌으로 만나고, 과제 분담에 대해 상의하고 딱 한번 오프라인 모임을 몇 명 가졌는데... 이 또한 화면과 실물이 다 다른 느낌에 굉장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면 온라인에서 친밀도는 다시 상승하는 등의 장점들이 있다.

이런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수업방법은 반드시 적용이 필요하다. 교육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오프라인 수업에 추가하여 온라인으로 수업을 개방, 참석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선생님!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제 방에서 수업에 참석할게요! 이랬으면 한다.

2. 시험방법에 대한 생각

일단 과제가 많기 때문에 시험의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일부 과목은 화상을 이용해서 40초간 문제를 제시하고 구글 폼을 이용해서 답변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고등학교 생물과 비슷한 바이오 관련 과목이었다. 시험도 어렵고, 수업도 어렵고, 내용도 어렵고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었다.

DNA, RNA, 항체, 유전체, 전분화능 세포, 온갖 노벨상 등등 익숙지 않은 단어들로 넘쳐나는 수업과 과제와 시험은 별로였다. 이게 필수라니..

하지만 이슈 기반의 미래예측, 지식 탐구 기반의 미래 등의 과목은 시험 주제를 사전에 주시고, 팀원들과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어서, 나름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머릿속에 뭔가 남은 느낌이 들었다.


3. 온라인 수업에서의 집중력 유지

초반부는 열정이 있기에 웬만큼 수업에 대한 부담감과 호기심 등으로 잘 이겨냈지만, 3학점짜리 수업은 좀 어려웠다. 하나둘씩 꺼져가는 카메라를 보면서 나도 결국 음성으로만 수업을 듣고 만적이 많다. 이마저도 따른 짓하면서, 후반부 수업을 주말에 몰아 놓은 것도 한몫했다. 평일 야간은 그래도 집중할만했는데, 다음 학기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4. 나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는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들이 새로웠고, 나름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 공부는 본인이 하는 것인 만큼 수업을 기초로 뭔가 더 찾아보고 책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여러 여건들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정도 수준이겠다. 비슷한 기사와 뉴스들을 접했을 때 아! 무슨 소리구나! 정도는 알 수 있는 수준!

다양한 사람들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유대관계가 형성되었기에, 그 또한 즐거움이 있었다. 오프라인 수업을 헸다면 훨씬 더했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미래'에 관련된 생각들이 정리된 것보다는 잡지식이 늘어났다 정도이니, 안타깝다. 결국 공부는 알아서 해야 한다. 아직 논문 주제도 선정하지 못했으니, 할 말 다했다.

물론 지금은 업무 쪽에 신경 쓸게 많기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 도 사실이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서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자랑하려고 다닌 건가? 하여튼 수업 간 공유된 자료들은 신선하고, 또 앞으로 언젠가 쓰일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다. 교수님들의 피와 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5. 학위는 자격증이 아니다.

이렇게 정리했다. 학위는 자격증이 아니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좀 더 멋있게, 좀 더 권위 있게 사고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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