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많이 커서좋은점
투블럭으로 머리를 자르는 아들을 보면서
투블럭이 뭐지?
저게 예쁜 건가? 머리스타일에 예민한 친구들이긴 하지만, 영 뭐 별로다.
앞 머리카락을 좀 자르라는 얘기에 자기도 엄마 때문에 엄청 양보한 거라고 한다.
아빠 말은 웬만하면 참고사항이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이가 없다.
누가 저런 투블럭 시스템을 도입한 건지! 인터넷을 찾아봐도 비슷한 머리가 없다.
저런 헤어스타일의 연예인들도 없는데...
어릴 적 그렇게 머리카락 자르기 싫다고 미용실에서 끌어안고, 사탕 입에 물리고, 뽀로로 보여주고 언제 그랬나 싶다. 이미 키가 나보다 더 커버리고 말았지만,
헤어스타일이 본인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냥 자주 잘라서 조금이라도 사람 같아 보이면 좋겠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가 머리카락만큼이나 많이 컸다는 걸 느꼈다.
짐을 내리고, 세팅하고, 많은 도움을 군소리 없이 하더라. 든든한 일꾼 하나 생겨서 내 몸이 너무 편했다.
물론 엄마의 눈치가 따갑지만, (나보다 덩치가 큰데 왜 그러는지 이해 안 됨) 어렸을 때는 쟤는 나를 언제 도와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알아서 크면 하나보다.
아들이 커서 좋아진 게 또 있다. 옷을 사면, 나도 입어보고 슬쩍 아빠가 더 어울린다며 슬쩍 가져온다. 물론 나름 인지도 있는 상표에 한해서다. 그리고 나는 어디 박혀있는 안 입던 스포츠 로고가 박힌 오래된 티셔츠 등을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해서 입어보라고, 정말 어울린다. 고 하면 씨익 웃으면서 가져간다.
지금도 반바지 하나가 내 가방에 들어있다. 흐뭇하다.
발 사이즈도 똑같은데 이건 워낙 서로 스타일이 틀려서 쉽지 않다.
신발은 최근에 산 언더00를 오히려 아들이 노리고 있다. 뺏기지 않으려고 자주 신는다.
아까는 에릭 요한슨 전시회에서 산 그림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해서 내가 가져가겠다고 하니, 안된다면서 자기 방 여기저기 붙여본다. 그러다가 뭐가 그랬는지 엄마한테 아빠한테 그림을 주고 그림 포장한 케이스를 본인이 벽에 붙여 놓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길래 쿨하게 '필요 없어!'라고 했다.
아마 끊임없이 저 물욕 때문에 서로 눈치 볼일이 많을 것 같다. 솔직히 키보드, 마우스, 노트북 등 많이 뺏긴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난 다시 사버린다. 엄마의 눈치 불구하고)
아들과 함께 하는 쇼핑도 기대된다. 아들 것도 내 거, 내 것도 내 것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아까 미용실에서 아들과 나눈 대화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아빠 : 야! 넌 게임 동영상을 시간 아깝게 왜 보냐? 그냥 게임을 하던지?
아들 : 그럼 웹툰 볼까?
아빠 : 전자책 보게 해 줄 테니까 볼래?
아들 : 웹툰 볼게!
아빠 : 너 책 안보냐?
아들 : 봐야지! 시간이 없어!
많이 커버린 아들! 항상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