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하여(3)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감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감정에 대한 1차적 반응이었는데, 나는 1차적 반응이 감정에 빠져들어서 행동하는 거고 그래서 내가 어떤 감정을 왜 느껴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요해서 그걸 계속 노력해왔던 반면, 어떤 사람들은 1차적 반응이 감정에서 물러서는 거라서 오히려 감정을 느끼고 감정에 몰입하는게 그사람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꽤 흥미로웠다.

나는 일단 감정에 빠져들면 그게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이 되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어렵다. 물론 그걸 지연시키는 건 가능하지만, 지연시킨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때로는 그 감정이 나를 이끄는 곳이 충돌이거나 갈등일 것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겪어내야만 그 다음으로 넘어갈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그냥 감당하기를 선택하게 된다. 다만 그런 상황들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정을 하고 잘 행동할수 있을지를 생각하는게 더 현실적이라고 느낀다.

감정에서 물러서기를 연습하면서부터는 일단 빠져들더라도 그걸 어떻게 해소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드는지를 확인할 시간 정도는 두고서 움직일수는 있게 되었지만, 결국 행동하지 않고서 해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감정이 올라오면 발산을 해야하므로 주변사람들이 좀 괴롭긴 하지만 그걸 받아주시는 나의 주변인들께 그저 무한히 감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