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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Mar 18. 2024

운동하는아빠

테니스대회- 끝에 살아있다

 숨을 헐떡였다.

 지치진 않았다.

 체력의 여유가 있었다.

 다만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지는 못했다.


 스코어 5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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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에겐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하루였다.

 다만 나에겐 특별한 하루, 단식 테니스 대회를 나가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반차를 냈다.

 아침에 이것 저것 운동복과 테니스 라켓을 챙기면 물어볼 것 같아, 주말부터 착실히 하나씩 몰래몰래 차에 실어 놓았다.


 기분 좋은 출근 길.

 직장에 도착하자마 메일을 열고, 폭풍이 몰아치듯 일을 쳐냈다.

 '두다다다다다다'

 오전 중에 모든 일을 끝내야 했고, 일효율은 굉장히 높았다.



 후 하.

 점심을 가벼이 먹고, 옷도 갈아 입고, 차로 30분을 달려 테니스 코트에 도착했다. 햇볕은 쨍쨍했으며, 바람은 무지막지 불었다. 

 

 이제 나만의 시간.

 테니스 단식 대회가 시작되었다. 급하게 챙겨온 5살 아들의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첫번째 예선을 시작했다.

 국가대표 주니어 코치님께 거금을 내며, 배워 온 레슨을 마음껏 뽐내리.

 코치님께서 이제까지 가르쳐 주신 레슨은


1. 상대방의 공을 읽는다.

2.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한다.

3. 공을 어깨와 허리사이에서 칠 수 있도록 뒷 발로 공의 낙하지점을 잡는다.

4. 정확하게 정타를 친다.


 1시간 30분 동안 6:2, 6:3 상대편과의 시합이 아니라, 나와의 시합이었다.

 얼마나 많은 공을 실수없이 정타로 타격하는지, 그간 배웠던 레슨이라 예선은 쉬이 1등으로 끝냈다. 다만 40살의 나이 탓인지, 분명 많이 뛴 것 같지 않았지만 숨은 헐떡였다.


 동호인 테니스 대회는 쉬는 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시작된 본선 16강

 본선 16강도 예선과 같은 플레이를 했다. 다만 상대편의 실수가 줄어들었고, 공의 구질이 더 좋았지만, 역시나 나와의 싸움이었다. 6:3


  본선 8강. 쫄쫄쫄 나오는 아기 물병으로 물을 먹고, 코트로 나가려는데, 예선에서 경기를 갖었던 선수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 한마디를 던진다.

  " 라인 콜이 더러운 사람이예요. 맨날 싸우는 사람이니 조심하세요. "


  그 한마디 때문이었을까. 코트에 들어선 나는 심기일전했다. 비매너 선수에겐 실력으로 조져주리...

  특이사항이 없었다. 내 시합이었다. 6:3


  이제는 4강. 입상은 확정. 하나만 더 이기면 된다. 서브와 함께 내공을 쳤다. 그리고 또 공을 쳤다. 또 공을 쳤다. 스코어 4:1

 " 우와, 제가 수비 테니스를 치는 사람인데, 너무 잘치세요. 져도 후회가 없겠어요. 열심히 치겠습니다. "

 " 아닙니다. 더 잘치세요. 바람이 불어서 제가 점수를 많이 땄는걸요. "

  서로의 코트를 옮기면서 든 생각. 승리가 보였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부터였다. 정말 질겼다. 정타를 계속 치고 있는데, 상대편은 공을 계속 띄우며 공을 받아내기만 했다. 점수를 하나 딸 때마다 20구가 넘어가다보니 내 숨은 조금씩 차기 시작했고, 실수가 하나씩 늘어갔다.


  어느덧 잡히고 잡혀 스코어 5:5.

  정말 지독히도 즐겼다. 분명 좌우앞뒤로 정타공을 뿌리고 있는건 나였고, 상대편은 막는데 급급한데, 스코어는 동점.

  숨을 헐떡였고, 결승에 올라간 사람은 코트 위에서 우리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상대편을 보았다. 끝내자. 이제 끝낼때가 왔다.

  공을 치는 한타 한타 정성을 다했고, 힘을 실었다. 중요한건 공은 계속 내 코트로 넘어왔다. 10구 였던 공은 20공이 되고, 30공이 되었다.


 '와, 내가 실수하지 않는 한 공은 계속 넘어오겠구나.'


  그렇게 나는 또 실수를 했다. 5대5 동률에 타이 3:6. 지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 할 수 있다. 할수 있다.'

  지난 시드니 14대 11 점수에서 혼자 되뇌던 한국 펜싱 선수가 떠오른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

  다시 접전.. 점수는 어느새 타이 10 대 11.


  점수를 붙는다고 붙었고, 상대편은 다리가 풀려있는데, 점수는 지고 있었다.

  ' 결승에 올라가더라도, 체력을 남겨놔야 이긴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


  10 대 12. 나의 실수로 상대편이 점수를 내면서 경기는 끝이 났고, 상대편은 대자로 뻗었다. 나에게도 아쉬움이 있었지만, 정신력에서 졌다고 생각들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패배 였다.


  " 나중에 경기 다시해요. 그리고 결승은 기권하겠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6대6 따라오시는 순간 경기 포기하려고 했어요. 딱 한구만 더 하자고 버텼어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


  그렇게 내 첫 단식 대회는 입상으로 끝이 났다. 1시에 시작했던 대회가 6시를 조금씩 넘기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짐을 챙겨서 차에 올라탔다. 나는 오늘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차 오는 내내 열기가 식지 않았고, 머리 속은 왜 졌는지에 대해 되뇌었다.


  그래... 내가 다음을 생각하는 순간, 이 경기는 끝난거였어. 그 사람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했는데, 나는 다음을 생각하고 경기를 했으니... 끝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집으로 가는 길. 이제 조금씩 현실로 돌아온다. 내비에는 6시 30분이라고 떠서 일단 시간은 다행, 신호에 걸릴 때마다 옷을 조금씩 갈아 입어 이것도 다행. 문제는 빨래해야 되는 옷들..

  몰래 가지고 들어가서 빨아야 겠다.


  그렇게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 입상에 축하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 날 저녁.. 다행히.. 빨래는 몰래 잘 빨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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