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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26. 2021

운동하는아빠

  불현듯.. 스치듯.. 왔다.

  남에게 가르쳐 주다 보니 그 감이 왔다.

  짧게 공을 서로 넘기고 있는 와중에 감아서 넘겨볼까? 한번 생각해 쳐보려던 의지가 감을 만들어냈다.


  상대방이 쳐낸 공을 큰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갈 수 있도록 라켓을 아래로 떨어뜨린채 공을 쳐 올린다. 중요한 점은 라켓 중앙에 정타로 맞아 두껍고 길게 보내는게 아니라 라켓 중앙 점에 공을 살포시 얹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으로 쳐 올리는 거다.

  그럼 공은 라켓 면에 안착된 채로 부드럽게 위로 솓구쳐 올라가다가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이내 공은 땅에 팅겨오르더니 다음 도약을 넓고 크게 뛴다.

  라켓으로 공의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 드디어 중수의 느낌이 왔다. 실수를 잘 안할거 같은 느낌. 공이 쭈욱쭈욱 뻗어 나갈 것 같은 느낌. 몸에는 힘이 들어가진 않지만 공에 내 힘이 실려 도약을 크게 하는 느낌.

  ' 오 신이시여.. 드디어 감이 왔구나. '


  이내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하는데 아무리 어려운 공이 와도 내 라켓은 테니스 공에게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듯 칠 때마다 공은 쭉쭉 뻗어 나갔다.

  아직 백핸드 스트로크와 발리들.. 그리고 스매시는 같은 감이 오질 않았지만.. 포핸드 스트로크.. 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감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잘 이해를 못했다. 아마 이 때문에.. 레슨하시는 선생님들도 설명하다 입이 아파서 포기 하시는 거겠지..

  이제는 초보자의 질문에서 어 날 것 같았다.


  감.. 내 공이 잘 뻗어나가는 그 감.. 중수가 되어 기는 그 감.. 20년이 넘도록 축구와 농구를 자주했고 곧잘 했지만 그 종목에서는 공을 다룰 때 느끼는 그 감이 없었는데... 테니스에 와버렸다. 아.. 4년만에 느끼는구나..


  그 감.. 그 감이 결혼 생활에도 아내를 다루는 기술에도 있으면 좋겠다. 아이와 놀아주는 건 대화로 풀어가면서 원하는 걸 조금씩 양보해 주고 흥미를 가지게끔 하면 좋은 방향으로 풀린다는걸 알았다.

  그런데.. 결혼 생활과 아내는.... 정말 쉽지 않다. 얼마 전 가족 카톡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었다.

  ' 귀가 아픈 잔소리 VS 이글이글 타오르는 원망의 눈초리 '

무엇을 선택하는게 좋은지 재미삼아 선택을 다들 했다. 하지만.. 둘다 경험을 해본 나는 둘다 정말 힘들고 지치고 피곤하다. 두가지 모두 안듣는게 최고인데.. 그 감은 연애 3년에 결혼7년 차인데도 안생긴다.

  아 진짜 레슨이 있으면 레슨이라도 받고 싶다. 진심으로 받고 싶다. 고수가 되서 이리저리 잘 다룰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회식을 해서인지 조금 늦었다. 벌써부터 오금이 저리고 긴장된다. 카톡엔 장문의 사랑스런? 장문의 카톡들이 와 있다. 무서워 읽지 않았다. 오늘은 두가지 제안 중 무얼 선택해 나를 공격할지... 걱정된다.

  조금 아쉬운건.. 내 선택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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