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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08. 2024

그럴 리가 없다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그럴 리가 없다


오늘 정말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접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아는 지인의 인스타를 보다가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식인가 싶었다.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니... 야이 C...라고 순간 생각했다.


[40년 만에 종료된다는 와퍼/이미지 출처: 버거킹 어플]


햄버거를 즐겨 먹는 사람으로서 이게 무슨 이벤트인가 싶다. 아내의 반응은 당연히,


헐...


물론 버거킹의 노이즈 마케팅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롯데리아에서도 버거를 접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내놨다가, 진짜로 반으로 접는 버거를 출시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마케팅에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에 새로운 메뉴에 실패를 많아 맛봐서인지 새로 출시된 버거를 먹어볼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봤고, 늘 먹던 핫크리스피 버거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와퍼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나에게는 햄버거 사이에 들어가는 패티가 약간 과한듯한 맛이 나서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차라리 치킨이 들어간 버거를 먹고 말지. 롱치킨버거 같은...


노이즈 마케팅이든, 정말 진짜로 판매를 종료하든 간에 와퍼는 아내가 좋아하는 햄버거다.


우리 부부는 햄버거 취향이 완전히 갈리는 편이다. 아내는 와퍼종류, 나는 치킨패티가 들어간 종류. 둘 다 새로운 메뉴를 잘 시도하지 않고 시그니쳐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새로운 걸 시도해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버거킹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기억을 주는 존재다.


타지에서 함께한 오랜 유학시절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햄버거의 날이 있었다. 그날이 되면 우리는 버거킹, 맥도날드, KFC 중에서 버거킹을 가장 즐겨 찾았다. 아내는 늘 와퍼 메뉴를 시켰다. 가끔은 와퍼 주니어(작은 사이즈)를 시켰지만 적은 햄버거 양 때문에 먹고 나서 후회를 했었다.


우리 솔직히 스스로를 속이지 맙시다.


아내를 매번 놀리던 나.


같은 햄버거 가게라고 해도 그 나라마다 특색 있는 버거가 한두 개씩은 꼭 있기 마련다. 그게 가끔은 시그니처 메뉴를 대신할 때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예외적으로 나는 그 햄버거를 시켜 먹곤 했다. 그중에 하나는 칠리치즈 버거. 생긴 건 롱치킨 버거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치킨패티 대신에 불고기 패티가 들어가 있었고, 치즈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할라피뇨가 들어가 있었다. 마요네즈로 인해 롱치킨버거에서 오는 니글니글함이 없었고, 할라피뇨가 주는 매콤한 킥이 있어서 즐겨 먹었던 것 같다.


또 다른 햄버거는 당시 각각 99센트 하던 치킨버거, 칠리버거, 너겟버거.


세트메뉴로는 없는 대신에 단품으로만 판매되었고, 정말 기본만 들어가 있던 3가지의 햄버거였다. 99 센트면 오늘날 환율로 약 1,400원 정도 하는 햄버거였다. 치킨버거에는 정말 조촐한 치킨패티에 달달한 소스가 전부였고, 칠리버거는 얇은 불고기 패티에 할라피뇨 몇 조각과 치즈 한 장, 너겟버거는 당연히 치킨너겟 4조각에 달달한 소스. 성인 남성 4 입이면 끝나는 크기였지만, 당시 유학생이었던 나에게는 가성비 끝판왕 햄버거였던 것 같다. 10유로면 햄버거를 종류별로 10개는 살 수 있었다. 10개면 9유로 90센트였으니.


치킨버거를 먹다가 너무 느끼고 달다 싶으면 칠리버거로 약간의 킥을 주면 그만이었고, 치킨의 패티가 물린다 싶으면 너겟버거로 새로운 식감을 주면 되는 거였다. 그렇다고 한 번에 10개를 다 먹지는 않았다. 최소 3개 정도 번갈아 먹다 보면 씹는 즐거움에 맛의 향연은 덤으로, 먹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 아내와 햄버거 가게를 찾는다.


한국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햄버거 가게가 입점해 있지만, 우리가 찾는 가게는 제한적이다. 당연히 버거킹부터 해서, 맥도날드, 맘스터치, 롯데리아, KFC, 노브랜드가 집 근처에 입점해 있고, 우리가 주로 찾는 집은 맥도날드, 맘스터치, 노브랜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순서이다. 버거킹이 뒤로 가있는 이유는... 아쉽게도 동네 버거킹의 퀄리티가 아쉽단 결론을 몇 번의 방문 끝내 우리 부부가 내리게 되었다.


나는 어느 가게를 가도 주로 치킨이 베이스인 햄버거를 시킨다. 먹던 음식종류가 편한 모양이다. 새로운 걸 시도하면 항상 반 이상은 후회를 했기에, 평범하게 가자 싶어서 어느 가게에서든지 늘 비슷한 종류의 햄버거를 시킨다.


- 맥도날드에서는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

처음 출시되었던 2003년에는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버거로 론칭되었었다. 매운맛의 킥이 있는 이 버거는 당시에는 두꺼운 닭다리살을 썼기에 버거의 크기도 컸지만, 언제부터인가 패티가 반 정도로 얇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맛은 있다.

- 맘스터치에서는 싸이플렉스버거.

두꺼운 치킨 통다릿살 패티가 두 장 들어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 버거킹에서는 롱치킨버거.

어려서부터 익숙한 그 맛. 마요네즈의 느끼함과 치킨맛을 즐기고 싶을 때 먹는다.

- 롯데리아에서는 핫크리스피버거.

맥도날드에서의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버거 대신에 찾는 메뉴다. 사실 롯데리아에서 다른 햄버거는 한 번씩 거의 다 시도해 봤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핫크리스피버거 하나뿐.

- KFC에서는 타워버거.

KFC 하면 정거버거가 일 순위였다. 그러다가 언젠가 메뉴판에서 눈에 우연히 들어온 타워버거. 닭가슴살 외에도 여기에는 해쉬 브라운이 추가된다. 덕분에 식감도 일품, 맛도 일품. 그리고 포만감이 예술이다. 그야말로 탄수화물 섭취량은 폭발적이다.


예외적으로 노브랜드에서 만큼은 햄버거가 아닌 치킨 샐러드를 시켜 먹지만, 그래도 전부 치킨이 베이스인 건 변함없다.


난데없이 2024년 4월 14일부로 버거킹에서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는 소식에 문득 옛날 아내와 함께 했던 유학시절이 생각나 몇 자 쓴다.


어제 롯데리아에서 핫크리스피버거 먹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버거킹을 갔어야 했나 싶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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