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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May 03. 2021

나태주 시인의 돌려까기 시

featuring "풀꽃"

나태주 시인의 돌려까기 시, " 풀꽃 "


나태주 시인은 고은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 유명세를 지닌 시인이다.


그의 유명 시에는 행복과 풀꽃이 있는데, 행복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자주 말하게 되는 흔한 말들을 모아 하나의 시로 엮은 시다.


집이 제일 좋다든지, 힘들 때면 너를 생각한다든지, 외로울 땐 노래를 부른다든지 (이 부분은 개구리 왕눈이가 생각난다) 우리가 한 번쯤은 말해봤거나, 연애편지 같은 글로 써봤거나,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어봤던, 그런 흔한 말들을 모은 것이다. 우리 주변을 흘러 다니는 흔한 말 하나 놓치지 않고 모아서 새로운 시로 창조한 시인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시인의 대표작 중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는 풀꽃이란 제목의 시다. 풀꽃은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시크함과 뒤통수를 후려치는 돌려까기가 시의 백미라 할 것이다.


우리는 친한 친구와 간혹 이런 말들을 주고받는다.

"자세히 보니 코는 잘생겼네. 오래 보니 정이 가는 얼굴이야. 네가 그렇다고."

이 촌철살인이 시인에게 유명세를 선사했다. 돌려까기의 진수로써. 전체적으론 좋은 말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정말 못생겼다는 말이고 마지막에 그게 너야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재미있는 시적 전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만큼 이 시의 시적 전개는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하다. 가령 원숭이와 같이 지냈던 경험을 친구에게 자랑할 수도 있다.

"자세히 보니 사람 같더라고. 오래 보니 정도 가더군. 그런데 너도 그렇다."


또 입사 면접을 볼 때, 더러운 돼지우리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담으로 직장을 얻을 수도 있다.

"자세히 보니 그렇게 더럽지는 않았어요. 오래 보니 똥 냄새도 사라졌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똥개를 길렀던 경험담으로 동네 빌런을 돌려까기 할 수도 있다.

"자세히 보니 족보 있는 개 같았어. 오래 보니 개소리도 알아듣겠더군. 그런데 너도 그러네."


물론 이렇게 돌려까기 했을 때의 장점은 상대방이 이를 알아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채고 따지러 와봐야 모른 채 하면 그만이다.

"난 원숭이와 돼지와 개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고. 네가 그렇게 들었다면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그리고 속으로 웃어 주면 된다.


시인의 상상력이 만든 멋진 시 풀꽃. 이 짧은 시가 주는 강렬한 해학은 수많은 응용 문장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좋은 말 같은데? 오래 보니 왜 유명한지도 알겠어. 이 시가 그렇다.


가볍게 웃자고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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