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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Mar 06. 2022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3화)

테슬라의 화성 점령 계획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3화)     


# 테슬라의 화성 점령 계획 #   

  

2022년 2월 15일 (화), 눈, 흐림     


우주인 마우어 씨를 만난 지 하루가 지났고, 여느 때와 같은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기에,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마우어 씨의 존재도 지우개로 지운 듯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그렇게 오전 10시쯤 되었을 때였어요. 안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화난 듯 울려대기 시작했어요. 


바로 마우어 씨였죠. 그가 인스타그램 채팅으로 다시 말을 걸어온 겁니다. 어제 그가 보낸 카톡을 그때까지도 읽어 보질 않았더니, 그걸 못 참고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말을 걸어온 거였어요.     


마우어 씨 : 안녕. 뭐해? 어제 보낸 카톡을 보지도 않았더라. 별일 없는 거지?     


순간 웃음이 터졌어요. 그건 그가 내 안부를 묻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낸 카톡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이 친구를 잘못 봤구나. 마음이 좁쌀만 하네. 우주인도 별 수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건 내가 잠을 자려고 그의 카톡을 의도적으로 읽지 않은 건 맞잖아요. 그래서 좀 미안하더군요. 일이야 어찌 됐건 내게는 화재 전환이 필요했어요. 불리한 말을 길게 끌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변명도 구차하잖아요.     

나 : 친구. 거기서 보는 지구는 어떠니? 나 네 공식 트위터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너 정말 많은 일을 하더라. 대단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좀 바빠. 그래서 말인데 네가 서울 사진 한 장 찍어서 네 트위터에 올려 줬으면 해.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볼게.

마우어 씨 : 그렇구나. 내 트위터를 방문해 주고 팔로우도 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는 각자의 일이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바쁘다면 나중에 연락할게.     


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어요. 내가 바쁘다고 했더니 매너 있게 끝낸 것일 수도 있지만, 자기 카톡을 읽지 않은 것에 기분 상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건 그 수다쟁이 우주인과의 대화는 그렇게 짧게 끝났지만, 어쩌면 오후쯤에 우주에서 바라본 서울 사진이 그의 트위터에 보란 듯이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생기 더군요. 그리고 만일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또 거기에다가 내 이름이라도 붙여준다면, 그건 정말 대박이고 팔로워 수도 엄청나게 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날 오후 그의 트위터에는 갠지즈 강과 그 강물에 비치는 햇살을 담은 인도 사진 한 장 만이 덜렁 올라왔습니다. 내게 보란 듯이 말이에요.   

  

나 : 이 친구. 위트 있네.     


재미있더군요. 서울 사진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인도 사진이라니요.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과 인도가 역사적으로 연관된 나라임은 분명하잖아요. 그 나름대로는 어떤 의미를 가진 행동이었을 겁니다. 뭘까요? 그 의미가.     


그래서 마우어 씨의 트위터를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어요. 그 속에서 어떤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요. 하지만 그의 트위터에는 온갖 과학 실험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내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죠.     


그건 바로 머스크 씨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머스크 씨아시죠?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의 CEO이자, 도지코인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암호화폐 시세조작을 일삼는 머스크 씨, 다른 말로 꿈팔이 아저씨 말이에요. 그가 왜 꿈팔이냐고요? 테슬라 투자자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공상과학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로 투자금을 당기고 주가를 띄우는 식으로 먹고 사니 꿈팔이 맞는 거죠? 여하튼 그 꿈팔이 머스크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우리나라에 허경영이 있다면, 미국엔 머스크가 있다고 할까요?      


그는 세상을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더군요. 그는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이미 여러 번 밝혀왔고, 그걸 빌미로 투자와 테슬라 주가 상승을 이끌어 왔어요. 그런데 그 계획의 일환으로써 화성 기지 건설에 사용할 콘크리트 개발을 스페이스 X 크루 3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거예요. 쉽게 말하자면 우주 콘크리트 생산 시험을 마우어 씨가 타고 있는 우주선에서 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우주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 벌써 건축재료 시험을 하고 있다니요? 그리고 그 시험을 내 친구인 우주인 마우어 씨가 직접 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우어 씨는 무중력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만들고, 양생하고, 그 강도를 체크하고 있었어요. 정말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우주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거예요.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공상과학 장르의 게임인 울펜슈타인을 보면 지구를 점령한 나치가 우주 점령을 위해서 슈퍼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달에 기지를 건설하거든요. 이런 일이 현실에서 정말로 준비되고 있었던 거예요. 그야말로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이건 엔지니어로써 뿐만이 아니라 한 지구인으로써 궁금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혹시라도 마우어 씨의 연락이 다시 온다면, 이건 반드시 물어봐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카톡 문제로 마음이 상한 마우어 씨가 내게 다시 연락을 해올까요? 아니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요?     

(다음 편에 계속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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