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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Yun Oct 30. 2021

고독하고 험한 연구자의 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신 나의 부모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돈이 정말 많아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소위 순수 인문학에 대한 수요와 학자로의 진로가 불투명하기에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 정부 담당자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 자녀가 순수학문을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의 소감이 보도자료에 인용될 때 공통적인 응답 중의 하나는 자신이 노벨상의 영예를 안을 거라 거의 생각지 못했고, 노벨상이 그들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겸손하고 형식적인 말이라 생각했으나 지금은 진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성취하는 최고의 영예라 할까..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생각과 견해는 첫 문장... 돈이 정말 많아야 다시 말하면 재정적인 지원과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지속성 있는 연구가 담보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도시재생, 도시재생 뉴딜.... 이제 이번 정부도 곧 마감이 된다. 공공영역에서는 5년 내 성과를 내기 위하여 부단히도 노력했으나 쉽지 않음을 또다시 깨닫지만 아마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이러한 5년 내 성과내기는 또다시 시작이 될 것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이러한 과도한 기대와 평가는 동일하다. 연구자들은 아마 또 5년 동안 어떠한 이슈로 어떠한 정책을 낼 수 있는지 고민을 할 것이고....


나의 부모님은 나의 연구자의 진로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 이셨던 듯하다. 당신의 배움이 부족하여 나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해서 고생할 것 같다는... 그렇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고 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 중 두 번이나 해외연수생 선발이 되는 걸 보셨을 때 우리 딸이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셨던 듯하다. 그렇지만 부담은 절대 주지 않으셨다. 내가 공부하고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모습 자체가 보기 좋으셨던 듯하다. 이름 있는 연구기관에 입사해서 일하는 딸을 당연히 상상하고 기대하셨겠지만 부담을 주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지금도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내 나름의 분야를 잡아가기 위해 주체적으로 연구하는 나 자신이 가끔 뿌듯하기도 하다.


모든 나라와 정부는 노벨상을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 바라는 방법과 과정이 한국은 유독 고약한 것 같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 없이 연구를 하기는 또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작게는 책이라도 사봐야 하는데 책값이 비싸서, 해외 학회를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이런 게 아쉽지 않으려면 돈이 많은 사람이 학자를 해야 서로 서운하지 않을 듯하다.


난 만약... 내 아이가 학자의 길을 간다고 한다면 막지는 않을 것 같다. 본인 인생이니까... 다만 돈과 영예가 따르는 직업은 아니며, 가끔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해주어야 할 것 같다. 학문은 순전히 자기만족이며 굶어도 책 읽는 즐거움이 더 크다면 선택하라고.. 책을 읽다가 내가 원하던 근거, 선행 연구가 나타났을 때 함박웃음을 짓고 영어원문 인용한 국내 연구를 보면 꼭 영어 원서를 찾아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난 힘들고 고된 그렇지만 자기만족적인 연구자가 맞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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