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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피 Jul 11. 2023

3.달리기와 글쓰기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내가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는 줄도 몰랐다.

처음 달리기에 푹 빠졌을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달리기의 좋은 점을 얘기하고 ‘내가 달릴 수 있으면 너는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걸 강조했다. 이렇게 좋은 걸 좀 더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나와 얘기 나누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말을 아끼게 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이미 마라톤 모임에 들어가 있었기에 나에게 달리기는 늘 활기차게 해주는 것이자, 의지가 되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오로지 나의 생각과 나의 다리로 달리는 것이다.

나의 지나온 연습량과 나의 식습관, 수면 시간까지 고스란히 내 몸을 거쳐 나오는 행위이다.

달리기 초기에는 내 호흡을 생각하고 자세를 바로 하고 내 몸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남편과 함께 달리니까 옆에서 항상 봐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나를 코치해 주었기에 달리기에 대한 조언이랑 또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시간도 됐다. 한 가지 공통 주제로 여러 가지로 펼쳐 나갈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각자의 시간에 맞게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는 사유하는 시간 또한 많아졌다.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나는 그냥 책이 좋았다.

미국에 와서 도서관, 우체국을 제일 처음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종이에 써서 찾아가며 지리를 익혔다. 아이들을 도서관 프로그램에 맞춰 데리고 가고 책을 잔뜩 빌려오는 길이 그리 신날 수 없었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아이들 학교 도서관 자원봉사도 하며 무한정 책을 빌려가는 특혜를 너무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덕분에 아이들도 책을 늘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성인이 된 두 아이들이 알아서 책을 주문해 읽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진다.

강요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스스로 찾아 읽게 된 것처럼 달리기도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그렇게 호락호락 쉽지 않았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과 남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우리 말을 따라서 같이 달리기도 하고 대회도 나갔지만 성인이 되면서 강요할 수 없었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듯이 너희들도 좋아하는 걸 찾아서 몰두하기를 바라…” 하면서도 언젠가는 달리기에 빠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나에게는 책을 읽고 좋은 문장 적고 필사하고 좋은 책 적어놓은 노트들이 있다.

나의 생각을 적는 독후감은 어릴 때 쓴 기억만 있다.

내 글을 쓴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사람들에게 직접 얘기하는 대신 글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달리기를 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책으로는 아니더라도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나는 10년 다이어리를 거쳐 지금 5년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13년째 매일을 적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년 같은 날 뭘 했는지 신기하게도 글을 읽으면 그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러나 하루만 안 적어도 내가 뭘했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날은 나에게서 없어진 날이 되는 기분….

중간에 빠진 몇 년이 너무도 아쉬워 요즘은 매일 적으려고 노력한다. 나의 하루하루가 쌓여가는 느낌이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나에게 매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왜 중요하겠는가? 달리기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 사람들을 달리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자신에게 맞는 예술을 찾아 예술가가 되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각자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거나 저마다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러너는 이런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달리기와 존재하기-조지 쉬언'


이 글에 공감하면서 나는 더 겸손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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