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운동신경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거죠?”
깜짝 놀라 묻는 그들에게 나는 빙그시 웃으며 대답한다.
“저 운동신경 1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제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그냥 땅에서 발만 살짝 떼어보세요.”
고등학교 때까지 100미터 달리기는 24초.
이십 대에 배운 수영은, 코치도 포기하고 나도 포기한 지 20년.
고등학교 때 자전거는 무서워서 배우다가 포기한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사십 중반에 시작한 달리기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발을 살짝 떼어놓고 보니 어느덧 10년이 된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내 삶은 참 많이 바뀌었다. 이 달리기를 통해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저 꾸준하게 묵묵히 달리는 시간이 좋았다.
내 의지로 발걸음 하나씩 옮기는 시간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되었던 거다.
해마다 달리기나 수영, 철인 경기 대회 계획을 세우다 보면 일년이 후딱 지나갔다.
그러던 중 내 삶에 또 한 번의 변곡점이 생겼다.
코로나로 대회들이 중단된 것이다. 대회를 못 나가니, 가게 일에 집중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나누는 북클럽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 눈을 뜬 시간들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중단했던 뜨개도 다시 시작했다. 뜨개방을 열어 매주 줌에서 만나 소통했다. 주중 저녁시간에, 토요일 새벽시간에 만나 뜨개를 하며 세상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달리기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다. 내가 뜨개만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달리기를 시작한 만큼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도 이 좋은 걸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어느 토요일 새벽, 뜨개를 하다가 “우리 하나씩 좋아하는 걸로 북클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고 누군가 제안을 했고, 다음 날 각자 하나씩 북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나는 좋아하는 달리기 관련 책을 읽고 나누는 북클럽 [꿈꾸는 러너]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나의 마음은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즐기던 달리기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지들이 생긴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 ‘달리기 이야기’를 원없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모임을 준비하며, 달리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었다.
2022년 4월 23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이영미 작가의 [걷기의 말들]이란 책으로 꿈꾸는 러너 북클럽의 첫 모임을 했다.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1주년을 기념하며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문집을 만들기로 했고, 여러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결실이 맺어졌다.
달리기에 대한 애정을 맘껏 글로 표현한 '꿈꾸는 러너 1주년 기념 문집'은 모두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
나처럼 뜨개만 하던 사람들을 걷거나 달리게 하고 싶다는 나의 꿈은 이루어졌고, 우리 꿈꾸는 러너들을 보면서 또 다른 사람들이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