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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엘릿 Jul 31. 2022

어차피 해야 하는 운동

생활체육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요즘은 아침에 눈이 떠지면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조깅을 간다. 보통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열 바퀴 뛴다. 애플 뮤직에 fitness 코너에서 괜찮아 보이는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틀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다 보면, 음악이 대부분 신나기 때문에 부릉부릉 하면서 시동을 걸듯 달리기 시작한다. 최대한 느리게 뛴다. 빨리 뛰면 열 바퀴를 다 채우기 전에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가끔 열 바퀴 이상 뛸 때도 있지만, 보통은 더 뛸 수 있어도 운동장 열 바퀴까지만 뛰고 끝낸다. 그리고 걷기로 운동장 한 바퀴를 채우며 마무리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까지만 해야, 이 루틴을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조깅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운동보다도 조깅을 해야 살이 빠지는 것 같아서다. 달리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지고, 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조깅은 기본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했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었다. 산책과 등산은 보통 뛰지를 않으니까 달리기를 할 시간을 따로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근에 건강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한 만큼 앞으로 꾸준히 한다면 조깅도 실력이 늘어서 좀 더 빨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기분도 더 좋겠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등산"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은 약간 정색을 하시며, 본인은 등산을 싫어한다고 했다.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숲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바로 앞서 포스팅한 글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숲을 좋아하는 것과 등산을 좋아하는 것은 조금 결이 다른 것 같다. 요즘은 내가 등산을 좋아하긴 하는지 의문이 든다.


우선 내가 등산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소화기관이 한 번씩 크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서 등산을 가면 사람들을 뒤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높은 산을 도전하는 맛으로 등산을 하지는 않고, 숲을 즐기기면서 운동도 병행할 목적으로 등산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집 근처 남한산성에 오르는 것만으로 숲에 대한 갈망을 충분히 충족하는 요즘은 그 외의 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이랑 같이할 수 있고, 자연도 즐길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등산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사조의 훌륭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만의 등산도 사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내 극혐의 대상인 셀룰라이트 때문에 근육량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셀룰라이트는 그저 아무 운동이나 한다고 빠지는 놈들이 아니다. 그런데 근육이 많아야 셀룰라이트가 덜 생긴다고는 한다. 게다가 내가 몇 년 전부터 턱걸이를 하고 싶은데, 이를 단 하나도 성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체중이 높고,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심플한 이유이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조깅을 해야 하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맞나?). 그래서 지난겨울에 너무 추워 밖에 나가 운동하기 싫을 때, 집에서 버핏 100개 씩을 했다. 최소한 100일 동안 100개를 한 것 같다. 나중에는 백 개를 해도 몸에 자극이 오지 않아서 2백 개를 했었는데, 겨울도 지나갔고 이젠 매일 백 개의 버핏을 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서 그만두었다.


그런데, 최근 나한테 가장 좋은 적당한 근력 운동이 버핏이라고 조언을 들어서 버핏을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매일 하지 않고 비가 오거나 늦잠을 자서 조깅을 못 가거나, 조깅을 했지만 더 뛸 수 있을 것 같을 때 집에 와서 버핏을 한다. 내가 체중 줄이고, 근육 키워서 꼭 턱걸이를 언젠간 하리라. 셀룰라이트도 빠지면 더 좋고.


최근에 하루는 조깅하고, 남한산성에 산책도 갔다가, 집에서 버핏을 하는 3차의 운동을 하기도 했다. 식사가 2차, 3차 있는 것처럼, 운동도 2차, 3차가 있더라. 그렇게 하는 사람들 보고 나도 한 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그랬더니, 손발이 조금 붓기 시작했다. 운동을 평소보다 많이 하면 몸이 붓는다고 한다. 운동해서 몸이 부었다니 뭔가 마음이 뿌듯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운동인데, 뭔가 즐기면서 재밌게 하고 싶었다. 성취감도 느껴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주말마다 아는 사람들 불러 모아서 탁구를 치든, 농구를 하거나 하면서 공놀이를 해보았더니, 정말 재밌었다. 체력은 저질이기는 했지만, 공놀이는 정말 "운동"이 아니라 오락으로 느껴질 정도로 재밌었다. 앞으로도 기회 될 때마다 공놀이를 하고 싶기는 했데, 이사를 온 후로는 별로 기회가 없었다.


운동의 묘미 중 하나는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는 사회적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그게 매우 거슬리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어서 한동안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만 하기도 했다. 조깅, 산책, 웨이트 등등 말이다.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산에 다니면서 친해진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걸로 나의 제한적인 사회생활을 합리화하기도 했다. 그 친구가 산을 좋아하는 지를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코로나 기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서로 산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해진 친구가 있다.


나는 앞으로 클라이밍도 배우러 가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서핑과 바다수영을 꼭 하고 싶기 때문에 수영도 배우러 다니고 싶다. 그런데 그보다도 먼저 갑툭튀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하기 때문이다. 동생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나는 갑자기 개인 배드민턴 채도 생기고, 새로 산 내 운동화는 배드민턴 전용화가 되었다. 사실 이제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일요일 저녁마다 별 일이 없는 한 배드민턴을 치게 될 것 같다. 이곳에 배드민턴 커뮤니티가 워낙 잘 형성되어 있어서, 나는 이곳 사람들과 배드민턴을 치면서 친해지게 될 것 같고,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서 조깅과 근력운동을 더욱 열심히 할 것이고, 이렇게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면 좋겠다.


어차피 운동해야 하는  놈의 몸뚱이, 그럴 거면 누구보다도 즐겁게 운동하는 생활체육인이 되어보자 결심하는 밤이다.  결심이 얼마나   모르겠지만,   지켜봅시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조금 적어서 더 실컷 배드민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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