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원에 죽어도 가기 싫다고 버티고 버티던 첫 째를 겨우겨우 달래서 등록한지 여섯달째.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
등록하기 첫 날 전 날에 가장 싫어했던 것 같고, 그 이후로는 조금씩 조금씩 그 마음이 사그라 들더니 이제는 영어 학원을 꽤 즐기는 모습이다.
"오늘 하루 동안 어떤게 제일 재미있었어?"
자기 전에 함께 침대에서 누웠을때 아이에게 주로 묻는 질문인데, 이렇게 물어보면 주로 영어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곤 한다. 학교는 별로 재미가 없었는지 파고 파고 또 파야 하나쯤 나오고..
7살때 친한 친구가 영어 학원에 다니니깐 자기도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해서 등록을 시켜주었는데 그때는 엄청 힘들었다고 손사래를 쳤었는데... 그때는 강의식이었고 이번에는 재미있는 활동 위주로 진행을 해서 그러지 재미를 찾았나보다.
야근 때문에 퇴근이 늦은 날, 정말 너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 날을 빼고는 되도록 윤자매가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있다. 예전에는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어주었는데 이제 한글은 잘하니깐 영어 책을 읽어준다.
페파피그부터 옥스포드 리딩트리 등등 많은 종류의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중 가장 꾸준히 재미를 찾고 있는 것은 바로 'Fly Guy' 시리즈다.
그림도 재미있고, 글밥도 별로 많지 않아서 이런 저런 추가 질문도 하고 상상도 하며 읽다보면 어느 새 2~3권 정도를 훌떡 지나간다.
그런데 첫 째가 요즘 영어 말하기 탄력을 받았는지 계속 영어로 질문을 하고, 영어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나에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녀가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자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끔 하려면 부모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롤 모델을 강조했던 교사다. 그러던 나에게 첫 째의 영어 공부는 내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사랑했던 영화인 '노팅힐'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갔는데 '노팅힐'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 있었다. 친절하게도 딸림 CD가 붙어있었는데 이 책이 발간되었던 시절보다 세상이 훨씬 더 편리해져서 유투브에 찾아보면 '노팅힐 영어 쉐도잉'에 대한 영상이 이미 풍성하게 올라와 있더라.
매일 20분씩 대본을 읽어보고 따라 쓰고 쉐도잉을 위한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고 있다. 다들 영어 원서 읽기를 추천하던데.. 일단 이 한 권부터 마무리해보고, 나도 언젠가는 해리포터 시리즈도 원본으로 읽어보고 싶다.
아빠, 영어 공부 시작했다. 그러니 같이 열심히 해보자,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