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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May 13. 2022

하루가 참 빠르면서도 느리게 간다. 교생 실습 기간이라

올해 들어 내가 맡게 된 업무가 많아지면서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특히 교생 실습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5월 9일부터 실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를 추진하는 게 참 바빴다. 지난 5년간 정말 바쁜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나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동료들 사이에 적당히 숨어 살아왔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직접 만나 소통하고 부탁하고 조율한다. 


 내 MBTI는 INFP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운 것도 있지만 한 켠으로 부담될 때도 있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전화가 조금 더 나은 것 같고, 전화보다는 텍스트를 주고받는 게 좀 더 마음이 편하다. 지난 5년간 그래 왔다. 주로 친한 사람들과, 마음의 경계심을 풀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주로 소통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그래서 INFP라는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다시 MBTI 검사를 해도 과연 같은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사람들과 좋든 싫든 소통하는 자리에 위치하다 보니 계속 생각하게 된다. 누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인사를 건네면 좋을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면 다음번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등등. 그렇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다 보니 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스펀지 같은 사람' 혹은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혹시 INFP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02학번인데 이번에 교생 실습을 온 후배들은 20학번이다. 한때는 02학번을 산소 학번이라고 불렀었다. 산소의 원소 기호가 O2니깐. 이번에 교생 후배들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만 마스크 너머로 묘한 미소를 날려주더라. 열여덟 학번 차이... 뭐 그렇게 엄청 갭이 큰 것은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내 위로 18년을 올라가면 무려... 84학번이다..... 간혹 내가 82년생인데 82학번쯤 되는 선배님들을 뵈면 절로 허리가 90도 꺾어지곤 했는데... 내가 84학번 선배님을 보는 느낌으로 후배들은 나를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더 친근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먼저 걸고 필요한 것은, 도와줄 것이 없는지도 물어보고. '라테(는 말이야~~)' 한잔을 나도 모르게 건네고 있는 건 아닌지도 되돌아보고


 4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로 샤워를 하며 잠을 깨고, 6시에 집을 나서면 7시 조금 안돼서 학교에 도착한다. 7시 30분경에 실습 준비실에 가서 출석부와 오늘 참관할 수업 과정안, 교생 간식을 세팅해 놓고 오늘 챙겨야 할 일정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8시 40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때부터 본격적은 오늘의 하루가 시작된다. 교생들이 참관할 시범 수업을 안내하고 사전, 사후 협의회를 함께하고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오후 3시.. 그때부터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일정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 야근을 할 지도교사가 누군지 확인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내 몫이다. 주문한 저녁 식사를 교무실에서 함께하며 고단했던 서로의 하루를 다독이고 하루 업무를 마무리할 때쯤이 되면 어느덧 시계는 오후 7시를 지나고 있다. 


학교에서 12시간째야..?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는 건가...?


하면서 따릉이 타고 퇴근한 게 연속 4일 차.. 다음 주까지 실습인데 그때까지 이런 하루가 이어지겠지?


하루가 참 빠르면서도 느리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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