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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Mar 29. 2022

포기하지마 줄넘기

줄넘기, 어디까지 해봤니?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학생들에게 초등체육수업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줌으로 만났다. 


강의 제의가 들어왔을때 


"남자가 이화여대에 들어가도 되나요??"


하고 되물었더니 어이 반, 웃음 반으로 '그럼 당연히 된다는 그의 말에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볼 가능성이 별로 없는 미지의(?) 장소에 한번 가본다는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그 여파로 대면 강의가 아닌 비대면으로 만나게 되었다.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급 설명회가 예정된 날은 수요일, 강의는 목요일.


둘 중 어떤 이벤트에 더 신경이 집중되었는지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강의'다. 왜냐면 처음 만나는 대학생들과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나에게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초등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고 정보를 알고자 하는지가 궁금했다. 이에 비해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급 설명회는 지금까지 10번도 넘게 준비해왔던 것이니깐. 물론 아무런 긴장이 안된다는 건 아니다. 경험을 통해 '여유'라는 굳은살이 조금 배겼을 뿐.


체육 관련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체육의 매력은 함께 뛰고 달리며 현장의 분위기를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누는게 매력이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경험했던 사례를 촬영한 영상으로 그 느낌과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가 우려스러웠다. 


보통 강의를 준비할때 PPT를 많이 사용하지만 이번에는 청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해 보고자 패들렛을 이용하여 스토리보드를 짜보았다. 내가 패들렛을 통해 질문을 던지면 청자는 그 아래에 댓글을 통해 생각이나 느낌, 질문을 표현하고 다시 내가 그것을 받아가며 강의를 전개해 갈 수 있도록.

원래 예정된 강의의 흐름은 내가 준비한 내용을 먼저 풀어내고 학생들의 질문을 뒤쪽에 받는 것이었는데 순서를 바꿔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보았다. 

'나'란 사람은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이런 길을 걸어왔으니 나에게 얻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해결하고 싶은 호기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질문'을 먼저 해달라고 요청했다. 


두근두근. 혹시 질문이 몇 개 없으면 어뜩하지? 하나도 없으면.. 그냥 내가 준비한 내용만 말하다가 일찍 끝내면 되나? 아니면 그냥 일찍 끝내버릴까?


학생들의 질문을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다행스럽게도(?) 질문이 꽤 많이 달렸고, 그 질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갈 수 있었다. 

초등체육 수업을 기획할때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능차이가 있는 학생들, 관심수준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체육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한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학생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줄넘기 방식은 어떻게 기획하여 운영하면 좋을까?


줄넘기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아마 미래에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큰 운동 효율을 낼 수 있는 신체활동이니깐. 잘할수록 더 재미있는게 줄넘기인데 문제는 나보다 더 줄넘기를 잘하는 학생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서 쉽게 포기를 하거나 딴짓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초등학교에서 자주 적용하는 줄넘기 대회 방식을 예로 들면 일단 모든 학생이 동시에 시작한다.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줄을 돌리다가 발에 걸리는 학생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누가누가 더 오래돌리나를 지켜보고 응원하다가 1,2,3위를 판정하고 끝난다. 


이건 마치 학창시절에 옆 반하고 반대항 축구를 하는데 베스트 11에 들어간 애들은 필드에 나가서 신나게 뛰고, 나머지 학생들은 구령대에 가만히 앉아서 응원하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친구를 응원하는 것도 체육의 일부일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몸을 움직였을때 더 재미있는게 체육인데.


포기하지마 줄넘기


그래서 떠올린 방식이 바로 '포기하지마 줄넘기'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때 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했던 1학년 학생들에게 줄넘기 활동을 통해 성취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자 기획한 방식이다. 


포기하지마 줄넘기 운영 방식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안내했던 방식은 노래가 한 곡 시작될때 줄을 돌리기 시작하여 노래 중간에 줄에 걸리더라도 빨리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 한 곡이 모두 끝나야 줄넘기를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다. 처음에는 30초 남짓의 짧은 노래로 시작하다가 1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짧은 노래도 해보고, 교가와 애국가도 해보았다. 보통 줄넘기 줄을 몇 번 돌리다가 줄에 걸리면 금방 흥미를 잃고 딴짓을 하게 되는게 어린 학생들의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포기하지마 줄넘기는 일단 노래가 시작되면 노래가 끝날때까지는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만났던 학생들에 왼쪽팔이 좀 불편하여 줄을 제대로 돌리기가 힘든 학생이 있었다. 왼팔과 오른팔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줄이 물결을 쳤고, 이 때문에 줄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의 방식으로 줄넘기를 했다면 다른 학생들과의 실력 차이 때문에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모두가 동시에 시작하고 동시에 끝내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줄넘기의 흥미를 잃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연습하여 줄넘기 실력이 매우 향상되었다. 포기하지마 줄넘기를 함께 했던 학생 중 가장 뿌듯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포기하지마 짝 줄넘기도 있다.


작년에는 5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역시나 포기하지마 줄넘기를 적용해 보았는데 1학기 초반에는 신나는 노래를 틀고 노래에 맞추어 '1분 30초 줄넘기+30초 휴식'과 같은 인터벌 트레이닝 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학생들의 참여도는 좋았는데 뭔가 좀 변형해야 될 것 같은 촉이 왔다. 아 그거구나! 친구! 고학년들은 아무래도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응원이나 분위기에도 영향을 잘 받는 경향이 있으니 '짝'을 지어주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포기하지마 짝 줄넘기가 탄생했다. 


 포기하지마 짝 줄넘기는 2명이 파트너가 된다. A가 먼저 1분 30초 줄넘기를 넘을때 B는 쉬면서 A를 응원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이제 B가 줄넘기를 하고 A는 쉬면서 B를 응원한다. '타이머플러스'라는 앱을 이용하면 손쉽게 순서 변경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수 있다. 10분 남짓 줄넘기 활동을 하게 되는데 효과는 훌륭하다. 땀이 흥건하게 고인 학생들의 반질반질한 이마와 또랑또랑해진 눈빛을 바라볼때 체육이 주는 매력을 실감케 된다. 


오늘 포기하지마 줄넘기를 할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니? 포기하고 싶던 순간을 이겨내고 완주하고 나니 어떤 기분이 드니? 오늘 느꼈던 이 마음을 내 일상 생활 중 어떤 순간에 한번 활용해보면 좋을까?


역시 백문이 불여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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