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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Nov 23. 2023

누가 알려줘야 알게 되는 생일

생일 아침이 밝았다.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생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무뎌지는걸 느낀다. 예전에는 생일날 저녁에 무엇을 하며 재미있게 놀까 하며 계획도 세우고, 실제로 뭔가를 했던 것 같은데, 근데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딱히 생일이라고 뭔가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네... 씁쓸...


예전보다 기대치는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침전물이 남아있다. 생일이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미련 같은...


평소처럼 일어나 짐을 챙겨 수영갈 준비를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깬지 3시간만에 아주 바래진 그 꿈이 뭔가 심란했다는 것? 알람을 끄고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은 정말 1도 생각하지 못하고, 일어날 것인가 말것인가, 일어날꺼라면 언제 일어날 것인지를 고민했다. 하기로 맘 먹었는데 못하면 시간 지나 찝찝해질 것을 알기에 기어코 일어났다. 그리고 수영복을 챙겨 집을 나섰다. 


수영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2023년에 나는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뤘는지를 생각했다. 연말이 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과 보고를 하라고 재촉하니 한 달 먼저, 생일을 기념하며 이런 생각을 해보는게 꽤 근사하다 싶었다. 


문득 2023년은 내가 나에게 선명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2022년에는 직장이 바뀌면서 '서비스 마인드'를 장착하고 1년을 잘 지내는 것이 목표였고, 생각해보면 일이 힘들때,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때 '서비스 마인드'를 떠올리며 잘 넘겼던 것 같다. 


그런데 2023년엔? 그냥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것처럼 그렇게 2023년 1월을 맞이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 23일, 오늘이 되었다. 아니다.. 내가 기억은 못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가..


다른 것은 다 제쳐두더라도 7월부터 수영강습을 시작한 것은 내 자신과 미래를 위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수영... 어렸을때 물은 참 좋아했지만 수영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시간을 흘렀고, 나처럼 물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며 내가 수영을 할 수 있어야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고, 7월부터 11월까지 완주중이다. 


처음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유형은 제쳐 두더라도 평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접영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으니...


수영 강습 1번, 1번을 점으로 보면 차이가 없이 보이지만 그 점을 이어보면 어느 덧 위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지나온 출발점에서 꽤 멀리 왔음을 그제야 알게 된다. 


2023년, 수영 말고 다른 것들도 과연 그랬을까? 항상 해왔던대로 그냥 시간만 흘러보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도 대견하다 싶어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안타까운 것은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을 꽤 좋아하는 나였는데 신경을 업무에 많이 쓰게 되고,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하다보니 나를 위한 글쓰기가 소홀해진 것이다. 특히 자꾸 타인을 의식하는 글을 쓰니 뭘, 어떻게 써야 할지가 막막해지는 부작용이 생긴듯하다. 인기 작가가 된 후 차기작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장면을 영화와 소설에서 종종 봤던 것 같은데, 나는 인기 작가도 아닌데 왜이러는지..


오랜만에 브런치에 와서 쓰니 또 느낌이 다르다. 종종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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