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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Apr 15. 2024

역시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구나

손으로 글을 쓰는 재미가 사라졌다. 


키보드 자판을 손가락 마디마디로 꾹꾹 눌러가며 차라락 소리를 귀로 들으며 내 생각이 모니터 화면에 펼쳐지는 재미가 집을 나가버렸다. 제 취미는 운동과 책읽기, 그리고 글쓰기에요 라고 말해왔던 내 자신이 무색해질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고민해봤다. 


결론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지난 몇 개월간 글을 손으로 쓰는게 아니라 입으로 쓰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글을 입으로 쓴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하는 분들이 있을수 있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비결(?)이자 원흉은 바로 '네이버 클로바노트'다. 


클로바노트의 받아쓰기 기술이 너무 뛰어난게 문제라면 문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어떤 내용으로 글을 구성할지에 대해 기획을 한 다음 키보드를 두드리는게 아니라 클로바노트 녹음 기능을 켠다. 그리고 기획한 내용에 맞추어 말로 설명을 시작한다. 8분 남짓 녹음을 하고 종료 버튼을 누르면 클로바노트는 내가 8분동안 떠들었던 음성을 텍스트로 순식간에 바꿔준다. 클로바노트를 처음 사용했던 시기에 비하면 받아쓰기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렇게 완성된 2000자 정도의 텍스트를 내가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를 한 다음, 잠깐의 고쳐쓰기를 하고나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되고 만다.


내 블로그에 나름대로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이런 방식으로 몇 개월간 해오다보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이어질듯말듯한 생각의 실타래를 손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낯설어졌다.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게 아니라 글을 써야할때만 쉽게 쓰고 해치워버리는 습관이 어느새 내 몸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나보다. 


효과보다 효율을 좇다보면 생기는 문제다. 쉽게 글 하나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그 쉬움이 내 글쓰기 습관마저 데리고 가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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