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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May 27. 2024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삶일까. 적어도 이것만큼은..

친한 지인이 2년을 준비한 중요한 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곤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은 어떤 순서로 엮어야 그의 상처에 소금이 안될지 가늠하기 힘들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쉼없이 달려왔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럼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사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힘빼기를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은 이미 가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건 아닐런지. 


좌절도 없는 삶이지만 감동까지 딸려 가버린 것은 아닐지 하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책에 보면 피터르 브루헐의 '곡물수확'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이지요. 


   

피터르 브루헐 '곡물수확'

브루헐의 이 명작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노동을 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루헐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로운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중에서-


내 삶을 잘 가꾸는 방법 중 하나는 브루헐의 그림 '곡물수확'에서처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과 내 성장과 과 발전을 위한 특별하면서도 고단한 시간 어딘가에서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저 그림에서처럼 다들 오늘의 해야 할 일을 잘 마치고 먹고 마시는 달콤함을 누리는 삶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더 많은 곡물을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고, 또는 이런 삶에 만족할 수 없다고 결심하고 밀밭을 뒤로하고 더 좋은 기회를 를 찾아 걸음을 재촉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역시 내가 어떻게 중심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나를 간섭한다고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고단한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 긍정의 향기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한지 벌써 19년차가 되었습니다. 남을 돕기 위해선 나의 하루를 먼저 잘 가꾸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동료 경비원들이나 관람객들과 나눈 짧은 소통에서 찾기 시작한 의미들은 나를 놀라게 한다. 부탁을 하고, 답을 하고, 감사 인사를 건네고, 환영의 뜻을 전하고.....그 모든 소통에는 내가 세상의 흐름에 다시 발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격려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중에서-



일상의 리듬은 다시 찾아왔고 그것은 꽤나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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