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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협 Feb 07. 2023

어쩌면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일 수도 있다. 아니길..

부모님과 임시로 같이 살기 시작하다. 3일 차

이제야 나의 일상을 되찾은 듯하다

오늘도 휴가를 내고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는데 나만 출근하듯이 일어나서 생활을 하고 있고 지금 아침 11시경인데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주무시거나 침대에 누워 계신다. 여전히 머리가 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온한 일상의 아침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내가 이야기한 여러 집안일과 아버지 아침 식사를 하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듣고는 지금까지 김영하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다. 지난주까지 생각했던 투자에 대한 나의 생각 정리는 집중이 되지 못해서 못 하고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을 정도의 시간과 머리의 맑음 상태이니 다행인 것이다.

오후에는 동생이 온다고 했으니 아버지는 동생과 이야기하도록 두고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 시장에 다녀와야겠다. 어머니도 걷는 것이 편하지는 않아서 거기까지 잘 걸으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해 보련다.  

오후 일상 스케치

그동안의 쌓인 피로를 푸시는지 아버지는 아침 내내 주무시고 어머니는 아픈 허리를 뜨거운 장판에 지지시느라 아침 내내 큰 방에서 계시기만 한다. 배가 고파도 참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서 음식을 주문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 아버지는 자장면을 좋아하시면서도 정말 조금 드신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저 정도만 드시고 사실 수 있는지 삼식이인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제는 형이 왔고 오늘은 동생(대학 교수임)이 어제 대학에서 상을 받았다며 꽃다발도 부모님께 드릴 겸 상 자랑도 온다고 해서 기다린다. 2시에 온다는 녀석이 3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다. 원래 동생이 오면 아버지를 맡겨두고 어머니랑 시장에 가서 전복을 사 오려고 했는데 3시 반 늦게 와서 잠시 얼굴만 뵙고 동생도 학교로 다시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 혼자 두고 어머니랑  시장에 나왔다. 역시 시장에 오니 어머니는 사고 싶으신 것도 많다. 덧신도 사고 때밀이도 사고 전복과 딸기는 내가 사고 오는 길에 잉어빵도 사서 왔다. 그런데 지하철역을 지나오다 보니 역시나 어머니도 힘들어하신다. 정말 몇 년 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부모님의 몸상태, 체력이다. 허리와 무릎이 아프신 어머니 또한 병자이셔서 시장만 다녀와도 너무나도 힘들어서 계속 소파에 누워 계신다.

어쩌면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일 수도 있다. 다만 아니길 바랄 뿐..

나 또한 평소와는 다르게 부모님을 모시느라 안 하던 집안일(청소, 빨래, 설거지, 쓰레기 정리 등)에다가 아버지 병수발, 어머니와의 수다 등 체력 소모가 많았는지 시장을 다녀와서는 아내가 올 때까지 조금 잠을 청했다. 거의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와 비슷하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즐겁게 하려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와 지내고 나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광주로 유학을 떠나서 대학, 군대, 그리고 결혼, 직장 생활로 거의 40년간 떨어져 지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아버지의 역할이  이제는 완전 역전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나의 보호자였다면 지금은 내가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실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현재에는 마음속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계신 듯하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자신이 원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니기에  우리는 사시는 동안은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나와 우리 형제들이 그동안 못 해드렸던 보살핌을 이 짧은 시간이나마 할 수 있도록 주었다고 생각하고 감사히 생각하며 기회로 여기며 최선을 다해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지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부모님을 추억하듯이 나는 사진과 함께 이 글들을 보면서 이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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