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농장'23년 2월 26일 일지
✨ 당신의 봄은 무엇과 함께 오나요?
저의 봄은 산과 농장 일과 함께 옵니다.
주말 토요일은 운악산에 오르고 일요일은 농장에서 봄맞이 일을 합니다.
많은 분들은 봄맞이 대청소 등으로 한 해 봄을 시작하던데 저희에게는 집보다는 겨우내 쌓인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농장 일이 우선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시에서 분양해 주는 주말농장 정도로 생각하시고 무슨 호들갑이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농장은 450평에 매실나무와 닭을 키우고 있는 그런 농장입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많은 손길로 돌봄을 실행해야 할 그런 곳입니다.
✨ 전지한 가지는 다시 자연으로
지난주는 그동안 전기톱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매실나무의 전지작업을 했고 이번 주는 그 자른 가지들을 요즘은 태울 수도 없어서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면서 가지들을 말리기 위해 나란히 나란히 줄을 세우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나무 밑에 자른 가지들을 모아두어야 나중 일을 하는데 위험하지도 않고 이런 방식으로 나무를 말려서 큰 나무들은 아궁이로 가져가 불멍 때 장작으로 사용하고 작은 가지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남은 나무들의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놓아둡니다.
✨ 벌들도 커피를 좋아하네요^^*
우리 농장의 퇴비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재료가 바로 커피 찌꺼기입니다. 집 근처 아는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매주 가져와서 이렇게 매실 밭의 이곳저곳에 뿌려 놓고 있는데 오늘은 많은 꿀벌들이 찾아와서 커피 찌꺼기들을 가져가네요. 요즘은 꿀벌들이 많이 없어져서 전 지구가 환경 위기라고 뉴스에 나오던데 꿀벌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니 쏘이겠다는 두려움보다는 꿀벌을 살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더 많이 듭니다. 커피도 콩이다 보니 꿀벌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좋아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가져가지는 말려무나. 우리도 퇴비로 써야 한단다.
✨ 새들도 편한 것을 좋아하나?
지난주 전지를 하던 도중 아내가 발견한 새집을 이번 주 저에게 보여줍니다. 안에는 솜으로 감싸고 있고 밖에는 케이블 타이로 고정한 모습이 왠지 사람이 해놓은 듯한 모양의 새집입니다. 우리 농장에 겨우내 다녀간 새가 이렇게 집을 지어서는 새끼들을 키우고 떠난 듯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많은 자연적인 풀이나 지푸라기도 많은데 어디에서 이런 사람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인공 물건들로 새집을 만들었을까요? 우리 농장은 자연들 , 이른바 동물과 식물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절대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있는데 이런 인공적인 솜이나 케이블 타이가 새들에게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새끼들을 안전하게 낳아서 멋진 여행을 떠났으리라 상상합니다.
✨ 일하는 우리 주변으로 새가 계속 모이활동을 한다
참새보다는 한참 크고 까치보다는 작은데 왠지 정이 가는 이 새는 뭘까? 궁금해서 네이버 렌즈를 켜고 검색해 보는데 나오지는 않네요. 오늘은 환경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대학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지빠귀과가 아닐까 합니다. 농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새들과 많은 곤충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시골 생활을 안 해보신 분들 중 귀촌, 귀농을 하고자 하시는 분은 이런 지렁이 등 외형상으로 귀엽지 않은 녀석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렁이는 우리의 밭이 농약 없이, 화학비료 없이 풍요로운 땅이 되고 있다는 증거인데 이를 기뻐하지 못하고 징그럽게 바라보는 분이면 밭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밭을 가꾸어 가면 (경제에서 자주 나오는) 소프트 랜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애는 로맨스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빗대어 보면 주말농장은 로맨스이고 귀농은 현실이 되기에 저는 그냥 농장과 로맨스만 유지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