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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Sep 04. 2022

시집 - 개미

어느날부터인가 집에 개미가 생겼습니다.

보통 개미의 반도 안되는 갈색의 작은 개미입니다

집이 워낙 낡은 데다 아이들이 흘린 부스러기 때문일겁니다


길가다 만나는 지렁이나 집에 들어온 낯선 벌레들조차 잘 들어 올려 풀숲에 던져 주던 아이들과 나였는데,

요즘 개미 잡기에 한참입니다.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틈사이를 기어 올라가는 개미 떼를 봅니다.

먹이가 없어 그런지, 개미 약을 먹어 그런지

힘이 없이 천천히 기어갑니다.

순간적으로 휴지를 들고 한마리씩 눌러줍니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던 개미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허둥지둥 작은 구멍으로 사라집니다.


그러고 보니 개미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게 없습니다.

반찬통이나 음식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흘려놓고 방치해 두면 단지 와서 먹이 활동을 한것뿐입니다.

구멍을 막은들 다른구멍으로 나올터입니다.

집안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겝니다.


너무 작고 힘이 없는 개미를 꼭 죽여야하나 갈등이 생깁니다.

다른 개미들을 죽이면 어찌 아는지 남은 개미들이 재빨리 움직입니다.

그들도 아는가 봅니다.

오늘부터는 개미를 죽이지 않기로 합니다.

나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이곳에 사는 동안 동거동락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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