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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Jul 26. 2023

초보 엄마

초등학교 4학년

첫째는 아기때부터 혼자 조용히 놀고, 뭐든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순딩이였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동생에게 친구에게 좋은 것을 양보하는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녔습니다.


혼을 내기도 전에 엄마의 표정만 봐도 겁을 내고, 목소리가 커지기도 전에 엄마 말을 잘듣는 순종적인 아이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첫째는 엄마 말에 대꾸를 하기 시작합니다.

큰소리를 몇번이나 질러도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습니다.

너무 착하면 사회에서 힘들까봐 잘못교육을 시켰나봅니다


첫째는 남보기에 모범생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할일을 챙기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으며 공부도 잘합니다.


다만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얼굴도 예쁘고 센스있고 애교도 많은 동생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늘상 혼자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자신에 비해 동생은 아빠와 함께 티비를 보거나 엄마와 장난을 치면서 이쁨을 받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편은 없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일기나 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대략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갑니다

나의 어릴적처럼 엄마에 대한 분노가 있을것같습니다


여러 자녀를 키우다보면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성격이 잘 맞는 아이가 있는 반면

아빠를 닮은건지 나와는 너무 다른, 그래서 사랑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자꾸 삐걱대는 자녀가 있기도 합니다.


스스로 체중도 신경을 써서 언젠가부터 밥양도 조절하고 살이 점점 빠져 너무 날씬해져 버린 딸.


좀더 먹으라고 강요하는 엄마와 배부르니 그만 먹겠다고 하는 첫째와의 다툼이 잦아집니다.


엄마도 초보 엄마입니다.

엄마의 엄마는 홀로 4형제를 키우느라 무서운 엄마였습니다. 그리고 자식 넷을 무난히 잘키우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나의 엄마를 닮아 엄하게 키웁니다.

하지만 나의 딸에게 엄한 엄마는 맞지 않습니다.


아이를 야단칠때 내면에서 계속 싸웁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키워야하나. 엄하게 초반에 잡아야하나


곧 사춘기에 접어들 딸입니다.

삼춘기라 불리는 초4입니다.


그렇게 순하고 순종적인 딸이었는데 밥한숟가락 더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끝까지 안듣습니다.

소리도 지르고 겁박도 하지만 꿈쩍 않습니다.

기왕 화를 낸거 끝까지 한숟기락을 먹이는게 맞는지 계속 내면과 싸웁니다.

이건 마치 밥을 먹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기싸움이 되었습니다.

결국 엄마가 승리합니다. 강제로 먹이고 나서 얹힐까 걱정입니다.

이게 잘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억지로 먹이지 말라는 남편 말을 따르고 나서 점점더 말라가는 딸을 보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냥 내생각대로 억지로라도 먹일걸 싶습니다.


오늘도 방학을 맞아 친구 엄마들과 모인 자리에서 남들 다 먹는 수박 한조각 한입만 먹어보라고 시켰다가 결국 친구들 앞에서 호되게 혼이 났습니다.

자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머리는 점점 커갈테고 큰소리가 통할 시기는 점차 지나갈텐데 초4 딸을 처음 키워보는 초보엄마는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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