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몽의 호구로운 생활(키몽) : 매력이 주는 위로
한 웹툰 작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기억을 더듬어 비슷하게 적어보자면,
“매력적인 사람이 매력적인 컨텐츠를 만든다. 그리고 그 매력은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력은 삶 속에서 천천히 쌓여가는 것이다.”
명쾌하고 개운한 말이다. ‘왜 저 사람이 만드는 컨텐츠는 별게 없어 보이는데 계속 보고 싶은 걸까?’라는 의문을 한 방에 해결했다.
매력은 복잡하다.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성향이 다소 기묘하게 얽혀서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매력의 요소는 사실상 결과론적으로 분석이 된다. ‘ㅇㅇ해서 매력적이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매력적이기 때문에 ㅇㅇ도 매력적으로 보여’에 가깝다는 얘기다.
키몽은 매력적인 작가다. 그러니까 키몽의 작품에도 매력이 있겠지. 그 매력이 어디서 오는진 정확히 집어낼 수 없으나, 그의 매력은 그의 착하고 소심한 언행에서 나오는 호구짓에도 매력을 부여한다. 이렇게 드러나는 매력은 방방곡곡에서 호구짓을 하며 살아가는 독자들(예를 들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어쩌면 내가 오늘 저질렀던 호구짓도 꽤 매력적이었을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니까.
안다. 호구라서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매력이 있는 사람이 벌이는 호구짓이 매력적인 거다. 그래도 작품을 보며 작가의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는 그 순간만큼은, 나의 매력과는 상관 없이 나에게 잠재된 호구 본능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작가가 이를 의도했는진 모르겠지만, 독특한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일까?’가 늘 궁금했다. 이걸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내가 매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매력에 얼마나 확신을 갖고 사는 걸까? 심지어 일상툰 작가들은 자신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서 온 세상에 보여주는데, 그렇다는 건 자신의 매력에 꽤 커다란 확신을 갖고 있다는 뜻일까? 만약 확신이 없다면, 어떤 용기가, 혹은 어떤 갈망이 작가로 하여금 일상을 공개하도록 이끈 걸까? 일상툰을 그리는 작가를 만날 기회를 얻는다면, 묻고 싶은 질문들이 한가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