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무더운 여름을 몰아낼 방법을 궁리하다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현대미술 소장전을 보러 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가 온종일 쏟아지는 날에도 다시 가고 싶다. 너무 가벼운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는 작업도 아닌 매력 있는 작품들이었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화가, 도판 2 / 2022/ 청동, 래커, 스테인리스 스틸
대리석 조각을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청동이다. 화면 위에 붓질을 하는 모습이 1960년대 뉴욕 액션 화가들의 몸짓을 연상시킨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동작이 달라 보여서 한참을 그 앞에 머물게 하는 작품이었다.
로즈마리 트로켈
덤불은 곰이다 / '덤불은 곰이다'를 위한 연구
2016 / 캔버스에 울(녹색), 목재
뜨개질로 짠 후 나무틀에 엮었다. 작품 설명에는 남성주도로 흘러온 추상회화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고 써
있었지만 난 잘 모르겠다. 큰 나무틀 옆에 작은 나무틀을 놓은 것이 곰 가족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작품을 바라보니 털실이 가득한 화면이 주는 따뜻함이 전해졌다. 색깔이 아주 예뻤다.
린 마이어스
무제
2020 / 패널에 아크릴릭 잉크
노란색이 어두운 남색 배경위에 작은 원으로 뿌려져 있는데 작가는 노란색은 액체와 빛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우주도 보이고 갈등의 심리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파랑과 노랑은 심리적으로 갈등을 나타내는 조합이다. 의미야 어찌 되었든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매튜 데이 잭슨
나무(CDF를 따라서)
2022 /패널에 목재, 아크릴릭, 우레탄 플라스틱. 섬유 유리, 돌, 자수, 납, 스테인리스 스틸 액자
CDF는 19세기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인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약자이다. 한쪽 다리를 어딘가에 올려놓은 채 저 아래 산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의 멋진 뒷모습을 그렸던 바로 그 작가이다. 그의 <눈 속의 떡갈나무>를 5배로 확대하고 다양한 산업용 재료와 돌과 자수를 뒤섞어 놓은 입체적인 작품이다.
애니 모리스
스택 8, 울트라 마린 블루
2022 / 발포 고무, 안료, 철, 콘크리트, 석고, 모래
유산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을 불규칙한 모양의 구가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으로 작품화했다. 다양한 크기의 구는 임신한 여인의 배를 나타낸다. 작가는 여성의 신체를 심리적으로 표현한다.
바바라 크루거
무제(영원히)
2017 / 비닐에 디지털 프린트
전시장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타원이다. 텍스트에는 '너'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문장과 크기가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다양한 재료와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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