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 -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이태리 베로나에는 서기 30년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이 있다. 삼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그곳에서 지금은 여름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Arena di Verona 오페라 페스티벌은 원형이 잘 보존된 거대한 경기장에 엄청난 수의 관객이 앉을 수 있고 무대에는 거대한 오페라 소품들이 나온다. 그렇게 넓은 곳이지만 소리전달이 너무나 잘되어 놀라웠다. 난 2018년 여름에 그곳에서 '투란도트'를 보고 왔다. 그때의 감동이 특별해서 매 년 여름마다 오자고 일행과 약속했지만 내 건강문제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먼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마침 메가박스에서 일요일 저녁에 실시간으로 중계를 한다기에 일찌감치 예매를 했다. 몇 년 전의 감동을 다시 불러오고 싶었다. 베로나는 부유하고 멋스러운 도시였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주인장인 멋장이 노부인이 기억난다.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매너로 머무르는 동안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아침은 테라스에서 제공되었고 연세가 지긋하신 오페라 매니아들이 세계곳곳에서 와서 오페라 스케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에 식당을 가면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줄지어 아레나로 걸어갔다. 그 기간 동안 그곳은 오페라의 도시였다. 저녁식사를 했던 레스토랑 의자에 스카프를 두고 와서 속상해했다가 다음 날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스카프를 들고 나오는 매력적인 이태리 남자에 반한적도 있었다. 어디를 가도 맛있는 음식을 내왔고 친절했다.
일요일에 공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전 날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일어나는 긴박한 이야기가 소재이다. 자유주의자인 화가 카바라도시와 그의 연인인 가수 토스카, 그리고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부패한 경찰청장 스카르피아가 펼치는 스토리는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유명한 아리아가 긴박한 순간에 마음을 적신다.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의 '별이 빛나건만'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부르는 아리아이다.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가 토스카를 불렀는데 큰 성량과 드라마틱한 목소리가 아레나를 울렸다. 토스카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역할인데 그녀는 그대로 토스카였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유려한 목소리인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폭발하듯 부를 때도 대단하지만 피아노로 아주 작게 부를 때 더 진가를 발휘했다. 사형집행을 앞두고 부르는 아리아 별이 빛나건만은 감정이입을 제대로 시켰다. 3막의 끝부분에 토스카와 부르는 아리아의 선율이 귀에 꽂혀서 영화관을 나올 때도 흥얼거리면서 나왔다. 유명한 두 아리아보다 난 오히려 1막의 합창곡 테 데움과 마지막 부분의 이중창이 더 감동적이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사람들은 즐겨 부르고 듣지만 오페라는 스토리 전체를 감상할 때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들의 갈등과 사랑을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