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연주가 특기가 되는 그날을 향해서
작년 오월에 오르간 레슨을 시작했고 칠 월부터 미사반주를 해오고 있다. 이제 일 년이 지났다. 선생님이 발페달 수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해서 발페달 걸음마 수업 중이다. 오르간의 발페달은 오르간이나 피아노류의 건반악기가 아니고 마치 무슨 발로 하는 낯선 악기를 배우는 것 같아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어제 오후에 연습을 위해 성당에 갔다. 이 층 성가대석의 오르간이 발페달 소리가 더 잘 나서 그리로 올라갔는데 마치 찜질방에 온 것 같았다. 헉헉 거리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고 오르간 슈즈로 바꿔 신었다. 내가 부탁을 해서 구두 디자이너인 큰 아이가 디자인을 하고 성수에 있는 구두공장의 장인이 만들어 준 아주 특별한 구두이다. 베이지색으로 가죽을 골랐고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까다롭게 늘어놓는 진상 고객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서 명품구두를 만들어 왔다. 이제 전용 구두까지 갖췄으니 난 무더위를 뚫고 연습량만 늘리면 된다.
난 악기를 배울 때에 가장 몰입하는 것 같다. 지금은 오르간을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성당으로 가서 연습을 한다. 또한 레슨해 주시는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나면 문제가 해결이 되고 마음은 힐링이 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욕심이라면 좋은 오르간이 있는 좀 더 큰 성당에서 반주를 하고 싶어졌다. 신부님께서 축복의 말씀을 해주신 것이 그대로 나의 소망이 되어 버렸다. 신촌에 있는 오르간 아카데미에서 쳐 본 로저스 오르간의 소리가 잊히질 않는다. 천상의 소리 같았다. 게다가 파이프로 그 소리가 전해진다면 난 오르간에 중독되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청소년 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연주를 했고 가장 사랑하는 악기라는 걸 이제는 나도 이해할 수 있다.
오르간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 부류일지도 모른다. 미사반주를 하려고 배우는 사람들이라 일단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성가를 연습한다는 점이 기도 생활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하고 그걸 기쁨으로 삼겠다는 것이니까 보통의 취미생활과는 다른 길이다.
선생님은 인내심을 갖고 더 연습해서 발페달이 익숙해지면 그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고 오르간이 특기가 될 날이 올 거라고 했다. 몇 명을 선발해서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세자르 프랑크와 생상, 바하와 북스테후데를 연주할 날이 혹시 온다면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일 것이다.
좀 더 일찍 배웠더라면 내 삶은 더 풍요로워졌을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부족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더 재밌게 배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 뭐든 즐기는 마음이 최고의 경지라고 하신 선인의 말씀대로 난 노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