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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준희 Jun 11. 2023

음악은 나의 삶을 빛나게 한다 / 일곱 번째

말러 교향곡 9번 - 시카고 심포니

  6월 9일 금요일 밤 여덟 시 시카고 심포니 센터에서는 체코 출신 지휘자인 야쿱 흐루샤 지휘로 말러 교향곡 9번 연주회가 있었다. 시카고 심포니는 금관에 강한 오케스트라여서 말러 공연에 적격이다. 백 년도 넘은 공연장을 들어서는 복도에는 시카고 심포니의 위상을 압도적으로 올려놓은 리카르도 무티의 사진이 곳곳에 있었다. 

 빨간색 슈트를 입은 나이 지긋한 진행요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고 프로그램을 일일이 나눠 주었다. 말러 교향곡이 오늘의 레퍼토리어서 그런지 젊은 청중들도 많았다. 그렇게 잘한다는 호른 수석과 플루트 수석을 미리 눈여겨보았다. 


 말러의 9번 교향곡은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이 아니다. 작곡가들이 아홉 번째 교향곡을 쓰기를 두려워한다지만 말러는 그때 까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병인 심장병의 병세는 심각했고 어린 딸의 죽음은 그를 죽음에 대한 상념에 사로잡히게 했던 것 같다. 

 말러의 제자인 브루노 발터가 말러 사후 열세 달이 지난 후에 초연을 했고 작곡가 알반 베르그는 감동적이지만 죽음으로 나아가는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한 이 곡에 대해 글을 남길 정도였다. 이 곡을 들으면 대부분 죽음의 이미지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삼 악장의 풍부한 하모니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악장의 피아니시모는 그렇게 사라지듯이 죽음을 연주한다. 이 어려운 곡을 역량 있는 지휘자와 시카고 심포니는 훌륭히 연주해서 모든 청중은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호른을 잘 연주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호른 수석의 놀라운 연주는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플루트와 첼로 수석이 들려주는 연주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둡게 가라앉아있는 곡이었지만 그렇게 연주를 잘하니까 감동은 배가 되었다. 잊지 못할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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