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튼 마살리스 재즈 콘서트
윈튼 마살리스가 왔다. 그의 공연은 오늘 공연까지 세 번을 보았다. 예술의 전당, 뉴욕 링컨센터, 엘지아트센터 이렇게 세 곳은 각기 개성을 가진 공연장이다. 그 중 뭐니뭐니해도 로즈 시어터 앳 링컨센터에서의 공연이 압도적이다. 뉴욕인근에서 몇 달 지낼 때에 마침 예매를 할 수 있어서 가게 되었다. 에릭 클랩톤하고의 콜라보 공연이 금방 매진되어 몹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다음 공연을 재빨리 예매했다. 무대 안쪽의 객석에 앉아있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을 본 것은 덤이었다. 로즈 시어터는 멋진 공연장이었다. 난 무대와 가까운 앞쪽의 자리에 앉아서 윈튼이 부는 트럼펫 연주와 추임새와 연주자들끼리 주고 받는 사인까지 훔쳐볼 수 있었다.
블루스는 참 멋진 음악이다. 즉흥적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라니 정말 놀랍다. 어떤 곡이 연주될지 아무도 모른다. 윈튼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최고들이고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도 기막히게 좋은데 본인들끼리는 얼마나 짜릿할까 싶다.
윈튼 마살리스는 뉴 올리언즈에서 자랐고 재즈 선생님이었던 아버지 덕에 집안에는 항상 재즈의 대가들이 모여서 연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재즈 유전자가 집안에 가득했으니까 재즈 연주는 그에게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게다. 하지만 그는 클래식을 전공으로 정해서 줄리어드에서 공부했고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그가 연주하는 트럼펫 협주곡은 산도 0.1 퍼센트의 올리브 오일이 철철 넘쳐나는듯한 소리를 낸다. 그렇게나 쉽게 그러면서도 잘도 부는 그의 모습을 보면 트럼펫을 든 오르페우스라고 할 만하다. 클래식이 그 정도인데 재즈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그의 블루스 연주자로서의 면모는 가히 황제의 모습이다.
마곡 엘지아트센터는 흠잡을 데 없는 공연장이다. 시설과 음향, 그리고 테크의 끝판왕인 곳이다. 블루스 연주를 해서인지 무대 벽면이 블루 조명으로 둘러싸였고 악기마다의 소리 전달이 참 좋았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트롬본 연주자가 끝으로 가서 관객이 잘 볼 수 있도록 배려했고 드럼 연주자가 연주할 때는 색소폰 연주자가 끝으로 비켜 서 주었다. 돋보이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자기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윈튼은 수시로 연주자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고 곡 소개 뒤에는 Enjoy 라고 붙였다. 진심을 담아서.
그의 바램대로 난 엔조이했다. 빠른 곡을 연주하든 느린 곡을 연주하든 빠져들었다. 색소폰 연주자인 크리스 루이스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도 블루스를 화려하게 연주했다. 드럼, 피아노, 더블 베이스, 또 다른 색소폰, 트럼펫으로 어우러진 멋진 하모니를 들으며 난 마음껏 행복했다.
#movingtohigherground #재즈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