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마개를 안 가져왔다. 난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매우 거슬린다. 그래서 가방 안에 이어폰과 함께 넣어두는데 어디에 빼놓았는지 없는 걸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왜 이리 많은 지 모르겠다. 그럭저럭 살아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헤아리며 살아온 긴 시간 동안 나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변해갔다. 두루뭉술하지 않고 좋고 싫은 것이 확실한 점에 자부심마저 느끼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고집스럽게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쓸쓸하긴 하다.
아무 하고나 잘 어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먼저 누구에게든 관심을 갖고 그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게 그런 마음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난 혼자서 시간을 아주 잘 보내는 사람에 속한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서는 사진을 잔뜩 찍어오기도 하고 호텔에서는 룸서비스로 끼니를 해결하며 편안해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글을 쓰는 시간과 공간은 거의 환상체험이다. 내 안으로 빠져들어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는 행복한가.
난 ‘욘 포세’처럼 살고 싶다. 바닷가 마을의 작은 집에서 내 안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그렇게도 좋지만 인간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관계가 가장 영향력을 갖는다는 깨달음을 쓸쓸히 써 내려가게 될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늘 소통하고 싶은 갈증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