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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에서 온 언니 Jun 01. 2022

군대 갈뻔한 딸

사춘기 딸과의 에피소드

10살 터울 내 딸기들

지금은 큰딸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4학년부터 스멀스멀 시작되던 사춘기는 중2에 정점을 찍었다.

세상 제일 무섭다는 중2...

하루는 미용실에서 전화가 왔다.

“저기... 이지효 학생 어머님이세요? 아이가 반삭발을 하고 싶다는데 해도 될까요?”

반삭발은 뭔가... 요즘 유행한다는 투 블록 컷인가?

아이를 바꿔 달라고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려는 거야?”

“응”

“왜? 얼마나 짧게 자르는데?”

“그냥 시원하게 자르려고 답답해서”

“넌 이미 자르려고 맘을 먹고 간 거지?”

“응”

“알겠어. 알아서 해”


문제는 나보다 먼저 큰딸과 마주친 남편의 반응이었다.

집에 들어가니 남편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미 전화로 한바탕 나에게 잔소리를 쏟아내고도 화가 안 풀렸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이방에 가서 아이 머리를 보니 나도 헛웃음이 났다. 오잉? 반삭발이 아니라 삭발인데?

군대 가는 아들보다 더 짧은 머리... 두둥!!  한 3mm 되려나? ‘기르려면 고생 좀 하겠는 걸’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질문 몇 개를 했다.

“엄마가 걱정이 돼서 묻는 건데 뭔가 걱정이 있거나 엄마, 아빠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머리를 자른 거야?”

“아니 그런 거 아닌데... 그냥 코로나로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머리가 더워서 자르고 싶었어. 그리고 이런 머리 언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대학생 되거나 어른 돼서 하면 더 이상하잖아. 그래서 지금 도전해 본 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야. 보통 다들 하고 싶어도 생각만 하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기다니 대단하다. 머리 기르려면 굉장히 힘들 텐데 그건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머리를 만져보니 아주 까칠까칠 웃음이 난다.

"머리통이 이뻐서 삭발도 잘 어울리네~ 근데 엄마 하나만 부탁해도 돼? 학교랑 학원 가면 선생님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으실 텐데.... 엄마가 자른 건 아니라고 말해줄래?”

나는 정말 오해받기 싫었다. 나는 진짜 잔소리도 잘 안 하는 쿨 한 엄마니까~~ 그래도 남의 시선이 좀 걱정되긴 했나 보다.

그 말에 딸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내가 더워서 잘랐다고 할게.”

“그래 그럼 됐어!”

조용히 나와 남편에게 갔다.

“여보... 쟤는 지금 중2야.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그냥 잔소리처럼 들릴 거야. 머리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좋겠고. 나도 너무 짧아서 당황하긴 했는데 어디 팔, 다리가 잘린 게 아니고 머리카락 잘린 거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말자~~”


머리는 매우 힘들게 길렀고... 고등학생인 지금도 여전히 단발이라고 한다.....

아마 다시는 삭발은 하지 않겠지. 모든지 경험이 최고인 것이다. 백번 말보다 한번 해보는 것이 최고의 배움이다!

이렇게 큰 딸의 사춘기는 거의 끝나간다. 요즘은 자주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어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벌써 늦둥이의 사춘기가 두렵다.

하지만 사춘기와 갱년기가 만나면 갱년기의 승리라는 그 말을 쪼금 믿어본다.


이 너 피 스...... 그때의 나를 미리 응원한다.

그나마 몇 달 기른 뒤 사진첩^^ 아주 동그란 머리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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