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가 없다

갑작스러운 이별

by 별에서 온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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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어느 날 아빠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아주 건강체질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심혈관 질환도 없으셨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의 후유증이었는지 뭔지 평소 다니던 병원 앞에서 한번 쓰러지시고 구급차를 타고 집에 오셨다가 그날 저녁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구급차는 왜 아빠를 집으로 모시고 왔을까... 고집쟁이 아빠는 왜 내일 병원을 간다고 하셨을까... 나는 그 소식을 듣고도 왜 바로 친정에 가보지 않은 걸까...

왜, 왜, 왜 그런 걸까...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길 다하여라

지나간 뒤면 애닳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가 없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이제 이 정철의 시조는 내 삶의 일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책과 글을 읽는다 해도 내가 몸소 겪어보지 않으면 그것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니다.

이제야 40 평생 내 인생에 글 하나가 내 것이 된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까지 아니 아빠가 돌아가시던 작년 8월까지 나는 아빠가 참 미웠다.

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것도 미웠고, 그 토끼 같은 손주들이 집에 와도 별 관심이 없는 무심함도 싫었고, 매일 무기력하게 방구석에 누워있는 꼴도 보기 싫었다. '저렇게 살면 뭐하나... 도대체 왜 저러고 살지' 싶어 아빠를 보면 화가 났다. 아마도 그 화는 속상함이었으리라....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장인어른 돌아가셨데 지금 가봐야겠어." 라며 그 새벽에 신랑이 나를 깨웠을 때,

내가 처음으로 든 생각은 '올해 아빠 생일엔 전화도 안 했는데...'였다.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그 순간에도 내가 잘못한 생각, 그래서 내가 평생 후회할 생각만 하다니 말이다.

다음날 아빠 모시고 병원 가려고 신랑이랑 아침에 친정에 갈 계획이었는데... 인생이란 바로 다음날도 단 몇 시간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 인생이다.


하필, 정말 하필이면 그런 아빠가 너무 미워서 전화가 와도 귀찮아서 안 받고, 생일날은 그냥 알면서도 지나갔던 바로 그 첫해... 아빠가 유난히도 미웠던 그 해에 아빠는 돌아가셨다.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남동생은 들어올 수도 없이 우리는 장례식을 치렀다. 코로나는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사진 속의 아빠는 그저 웃고 있었다.


사람은 죽어도 그 사람의 삶이 남는다.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7살 무렵 나와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빠는 그때도 말랐고 손에도 살이 없었다. 막 머리를 감고 나온 나의 머리를 아빠가 말려주었는데 그때의 드라이기 소리, 그리고 아빠의 딱딱한 손의 느낌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때 아빠는 젊었고 힘이 있었다. 아빠도 나를 사랑했겠지? 내 아이의 머리를 말리면서 문득 떠올려본다.

오랜 세월 담배를 피워서 아빠 옆에 가면 큼큼한 냄새가 났고, 항상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던 기침소리... 이제는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슬프다.

아파트 단지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삐쩍 마른 할아버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빠 생각이 난다.

아 나 아빠 없지... 그때마다 문득문득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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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을 정리하며 사진을 가져왔다. 모두 태워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 사진을 가지고 싶었다. 아주 예쁜 사진첩을 하나 샀다. 모두 정리해서 꽂아두었다. 그리고 이제 아빠의 기일에 꺼내보려고 한다.



아빠를 보내고 그 슬픔이 이제 정리가 된 건지 흐려진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엄마가 더 건강하셔서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계실 때 사진도 많이 찍고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엄마에게 더 효도하는 일은 없다.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리라...


동네 동생이 아빠랑 통화하다가 열 받아서 싸웠다고 하소연이다.

"너는 전화로 싸울 아빠가 있어서 좋겠다. 그래 살아계실 때 많이 싸워~ 그것도 못한다."


내가 볼 때 가장 강한 자는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

살아서 한 번도 친해지지 못했던 나의 아빠는 이제야 조금 가까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 아빠는 말이 없다.

아빠가 계신 곳은 편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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