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떡국을 끓이다가...
떡국을 끓이다가 갑자기 노트북을 펼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라도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 번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다.
고등 시절 지독하게 공부를 하기 싫었던 나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설득되지 못한 나는 고등 3년 내내 만화책을 봤다. 공부 대신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 같다.
지금도 그렇다. 나에게는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른 이들처럼 삶을 지속할 이유가 필요했다.
스무 살 풋풋했던 그때, 막연히 그려본 나의 미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나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있었나? 10대의 나도, 20대의 나도, 30대의 나도 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40대는 왜 이렇게 낯설까? 나만 그런가? SNS 세상 속은 아무리 들춰봐도 행복한 사람들 뿐이다
블로그 소개 글을 바꾸었다. 40대 4 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나에게 이 40대는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숙제이자 반복되는 괴로움이다. 삶에서 도망갈 수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노 없이 바다 위 작은 배에 갇혔다... 50대는 어떤지 묻고 싶다. 만약 이 반복되는 우울과 그래도 일어나려고 애쓰는 처절한 하루가 그때도 나와 함께 한다면 그래도 나는 살고 싶은 건 지 묻고 싶다.
상처를 받는다. 상처를 준다. 어쩌면 삶을 지속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관계란 있을 수 있나?
나이 마흔 게다가 중반이 되고 보니 좀 더 강단 있고 자신감 넘칠 것 같던 나는 어디 가고 자존심만 센 상처투성이 패배자만 덩그러니 서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그 패배자에게 비열한 웃음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이다. 참 가증스럽다. 낮에는 세상 제일 선량한 척 이웃과 아이에게 웃음을 보내고 밤이 되면 말로도 사람을 죽일 만큼 무서운 언어로 나를 탓한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일지 모른다. 줄 구장 창 나의 우울의 끝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살고 싶다. 남들처럼 잘 살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
살자고 떡국을 끓인다. 어느새 17년 차 주부인 내가 그나마 잘하는 음식이 떡국이다. 너무 쉽고 노력에 비해 맛있다. 그래서 떡국이 좋다. 내 삶도 그러면 참 좋으련만...
아침부터 떡국을 끓이다가 이런 우울한 글을 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냥 오늘 기분이 그랬다. 오늘의 나 또한 나니까 이런 마음도 안아보려 한다.
그냥 뭐 하나 자랑할 만한 게 없는 떡국 하나 잘 끓이는 40대 아줌마... 그게 나다.
어디 살고 무슨 차를 타고 월급은 얼마고 자식은 어떻고 저떻고.... 그런 사회가 들이댄 계급장 다 떼고 나 자신에게 내세울만한 게 뭐가 있을까. 내가 나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오늘도 다른 이들의 삶을 본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지금 내가 가는 길, 내가 하는 생각, 내가 느끼는 감정이 맞는 건가. 묻는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네가 원하는 건 뭐니?
누구에게 묻는 건가...
배가 고프다. 떡국이나 먹자.
아이가 맛있단다. 그 작은 입으로 먹어주니 오늘은 그것으로 되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