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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효선 Mar 19. 2025

일기

2022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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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 마땅히 받았어야 할 사랑과 관심을 온전히 마음껏 받아본 적이 없었다. 늘 허기졌고 외로웠다. 공허하고, 슬프고, 불안했다.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기분. 존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기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신념. 그래서 아무리 자기사랑을 실천해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는 생각뿐. 잘 와 닿지가 않았다. 진짜 나를 위한 행동을 하지 못했다. 남들 좋은 것은 잘 해주면서 나는 그만큼 챙겨주지 못했다.

못 받은 사랑과 관심을 늘 받고 싶었다. 시선이 그리웠다.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했다. 수치스럽고, 창피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는 존재가 너무도 필요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의존을 하고, 희생을 하면서도 그를 곁에 두고 싶었다. 그냥, 난, 많은 걸 바란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난 너무 주관도, 자존감도 없었다. 상처는 잘 받으면서 스스로 행복할 줄은 모르니 더디게 낫고 점점 더 두려워졌다. 상처받느니 혼자가 낫다며 지내다 보니, 이렇게 혼자가 되었다. 결국엔 다 내 바람대로 된다. 2022. 06. 23

종이와 펜, 책만 있으면 외로움과 두려움도 견딜 만한 것이 된다. 나 같은 사람이 글과 책을 즐기는 것은 축복이자 필연인 것이다. 감사하다.

살아있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 오랫동안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전략이었음을 안다.

이제 작게나마 생긴 나의 무기와 갑옷을 가지고 조금씩 더 넓은 세상 속을 탐험하려 한다. 여행과 모험은 언제나 설렌다. 물론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두려움과 불안이 함께 따라오지만, 그 감정조차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응원한다. 그리고 믿는다! 2022. 07. 30

따져보면 나는 부딪히진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비겁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용기가 없던 것도 맞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그것이 ‘비겁함’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슬프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 중 하나일 것이다. 판단, 평가나 할 줄 알았지, 직접 나서 본 적이 없었다. 역으로 당할 까봐.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뜨겁겠다, 정말 뜨거울 거야, 당연히 뜨겁지.’ 라는 말만 해댈 뿐, 그 속에 뛰어든 적은 없었던 거다. 꼭 불길 속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고,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나는, 뛰어든 자만이, ‘저 곳은 정말 뜨겁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겁쟁이다. 상처와 거절에 취약하다. 사탕을 거절한 어린 아이에게 조차도 수치심을 느끼는 나는, 마음껏 삶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 고통의 축제를 즐길 수가 없다. 나는 이것이 내 삶에 비극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2022. 08. 13

자주, 나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 너무 행복하지 않아서. 외롭고, 슬프고 불행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것들은 늘 있었고, 이 세상에서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여기서 기쁨이든 행복이든 찾아야했다.

그리고, 다른 불행한 이들이 자신만의 빛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2022.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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