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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Apr 27. 2024

생각이 말이 되어지는 봄 캠핑

  멀리 있는 것끼리 잇는 것이 메타포라면 캠핑은 내게 그렇다. 나라면 하지 않았을 분명한 일을 남편 덕에 한다. 덕분에 일상의 문턱을 넘지 못해 차마 꺼내지 않았을 생각을 목소리에 담아 바깥 세상으로 보낸다.


  그냥 앞을 보았을 뿐인데 남해의 봄 바다가 하늘빛을 반짝이니까. 그냥 위를 올려다보았을 뿐인데,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내 머리 위에 일곱개의 별이 각자 빛내며 북두칠성이 나 맞다고 뽐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도 고백할 수 밖에. 진실타임은 늘 캠프파이어와 술 옆에 있는 게 정석이니.

  “남편, 올 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잘 하는 사람이 왜 나는 없지? 그런 생각. 결국 아마 내가 줄 게 없어서, 내가 가진 게 없어서가 제일 큰 이유겠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돈이든 내 업에서의 능력이든.

그게 내게 없으니 그런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이드니 생기는 권력욕, 그런 건가?

 그러기엔 또 내가 사회성이 부족하잖아? 게다가 내 성향은 내가 가진 게 별거 없다 여기기도 하구 말이야.“

이렇게 혼자 중언부언. 합리화와 쓸데없는 생각을 늘어놓는다. 와인 한 잔과 장작을 앞에 두고.



  열 살과 라면을 먹으며 또 우리는 쓸데없는 대화를 나눈다.

  “학원마다 배우는 게 어떻게 달라?”

  “생각을 나누니 좋고 가기 전부터 좋은 곳은 독서 학원이지요. 이 시간은 아무나 갖는 시간이 아니잖아요.”

  “수학학원은 힘들지만 배우는 느낌이 들지요.”

열 살의 학원품평회 끝에 고루한 부모는 결국 태도를 말한다.

  “결국은 노력이더라. 능력은 다 비슷하더라구. 네가 뭘 하고 싶을지 엄마아빠도 몰라. 엄마아빠 말하는 대로 넌 하지마. 엄마아빠도 안 살아봐서 잘 몰라. 틀릴 수 있어. 대신 하고 싶은 일을 잡을 수 있게 능력을 만들어 놔. 힘들거야. 네 생각과 다른 생각도 해야하거든.“


 

  우리는 그렇게 집에서도 생각했지만 집에서는 차마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텐트 앞에서 한다. 천장 대신 북두칠성이 빛나고,

창문 대신 까만 바다가 흐르는 곳에서.

날것의 생각이 다정한 대화가 되는 곳에서.

소라형 과자가 낭만이 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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