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만큼 보인다

공부법 교육 심리 청소년 학습심리

by 주윤


공부를 하다 보면 순간 놀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공부가 재미있는 순간이 섬광처럼 찾아오거든요. 그 순간 깜짝 놀랍니다. 내가 미친 걸까? 잘못된 건 아닐까?


뒤를 돌아 공부가 주는 이 어색한 희열과 조우하려는데 현실이 내 눈앞에 문을 엽니다. 그 현실은 바로 며칠을 앞둔 시험. 이제야 구체적으로 깨닫습니다. 시험만 없어도 공부는 할 만합니다.


시험은 그냥 나쁩니다. 좋아하는 마음까지 없애버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바윗덩이입니다. 시험만 생각하면 어렵고 불편합니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요. 사실 학교는 좋을 때가 많지만, 시험은 시험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존 던로스키와 연구자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힌 공부법이 하나는 앞서 살펴본 반복학습이었다면 두 번째는 시험공부법입니다. 시험이 공부법이라고요? 게다가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니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인출연습_시험공부법이란?


시험공부법은 주의를 기울여 학습한 내용(input)을 떠올려 말하거나 쓰는 연습(output)으로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시험 치기(testing), 능동적 인출(active recall)로 불리는 학습법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모의고사, 백지 학습법, 설명하며 공부하기 등이 있습니다. out활동은 알고 있는 내용을 눈과 귀로 확인하게 하죠. 이 과정이 기억력을 높이는 핵심입니다. 지금부터 시험, 문제집 풀기, 백지법 등을 인출연습으로 부르겠습니다.


존 던로스키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과 학습심리학에서는 인출연습의 효과를 일관적으로 지지합니다. 기억력 향상과 학습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실험인 뢰디거와 카픽(Roediger & Karpicke)의 연구는 시험공부법의 놀라운 효과를 보여줍니다. 뢰디거와 카픽은 학생들을 3그룹으로 나누고 과학 관련 글을 학습하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 그룹(SSSS)은 반복학습 그룹입니다. 과학 관련 학습내용을 5분씩 4번 반복하여 읽는 그룹입니다.

-두 번째 그룹(SSSR)은 5분간 3번 반복 읽기를 한 후, 5분간 읽었던 내용을 자유롭게 회상해서 적어보는 그룹입니다.

-세 번째 그룹(SRRR)은 5분 동안 글을 읽은 후 5분간 3번씩 읽었던 내용을 자유롭게 회상해서 적는 그룹입니다. 모든 그룹이 학습에 할애한 시간은 20분으로 동일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림 1]을 보면 4번을 반복해서 읽은 학생보다 3번 읽고 1번 인출연습을 해본 학생의 기억력이 더 좋았고, 1번 읽고 3번 인출연습을 해본 학생의 기억력이 더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심지어 1번 읽고 3번 인출한 학생은 4번 읽기만 했던 학생보다 1.5배의 기억력을 보입니다.


[그림 2]에서도 인출이 기억에 미치는 힘을 보여줍니다. 1번 읽기-인출-다시 읽기 학습법은 1번 읽기만 했을 때보다 약 2배의 기억력 차이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1번 읽고-4번 인출하면 인출연습을 1번 했을 때보다 약 2.5배, 인출연습을 하지 않고 읽기만 했던 방법보다 약 7~8배의 기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읽기만 하는 수동적 읽기(passive review)는 학습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공부한 내용을 말하고, 쓰고, 설명하며 내 머릿속의 학습 내용을 밖으로 꺼내어 확인(output)하는 능동적 인출(active retrieval)이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보내어 기억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능동적 인출을 위해서는 사전에 학습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읽을 때, 밑줄 긋기와 형광펜을 사용해서 내용을 구조화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생각해 보는 능동적 읽기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 이후엔 인출을 통해 기억을 견고히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input과 output이 병행될 때 기억은 이루어집니다.



인출연습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학습에서 인출연습의 효과는 수십 년의 인지심리학 및 학습심리학의 누적된 실험 연구뿐만 아니라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정보를 꺼내는 것은 어떻게 우리의 기억을 견고히 만들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까요?


첫째, 인출연습은 기억을 강화시켜 장기기억력을 향상시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또는 문제집을 풀 때 고심했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선생님의 질문, 문제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배운 지식을 다시 떠올리고 그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느라 꽤 고심하죠. 이 애쓰는 순간이 바로 기억이 강화되는 순간입니다.


수동적 읽기에 비해 능동적 인출은 더 큰 노력을 하게 되죠. 우리의 기억은 정보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뿐만 아니라 최선의 형태로 대답하기 위해 정보를 고르고 다듬을 때 더욱 단단해집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나요. 우리의 뇌는 더 애써서 노력한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노력할수록 기억이 강화됩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도 관련 연구를 보고합니다. 우리가 정보를 기억하고 인출하려고 애쓸 때 관련된 신경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생각해 본 경험이 뉴런에 흔적을 남기는 거죠. 성공적으로 인출했을 때는 신경 회로의 연결이 더욱 견고해지고, 인출 경로는 더욱 빨라집니다. 정확성과 속도를 가지게 되는 거죠.


Kornell과 동료들은 인출에 실패했을 때도 의미 있는 학습의 단서를 남긴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해당 인출이 적절치 않았다는 피드백을 남겨 이후 수정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 거죠. 이 내용들이 귀한 자산인 오답노트로 직행하겠죠.


운동과 비슷하지 않나요? 무게를 들고 플랭크 자세로 근육에 자극을 주었을 때 근육과 근력이 생기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을 인출하려고 애를 쓴 노력은 뇌의 신경 회로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 주고 처리 속도도 높여줍니다.


둘째, 인출연습은 기억뿐만 아니라 이해력도 높입니다. 백지와 펜을 앞에 두고 6.25 전쟁의 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백지법은 조직화(organizaion)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조직화하는 인출연습은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학습내용을 시간 및 주제에 따라 분류하여 장기기억을 높입니다.


1950년 6.25일 새벽 북한군의 남침
->3일 만에 서울을 뺏기고 낙동강까지 물러남
->UN군 참전-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 되찾음
->38도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출
->중공군으로 인한 1.4 후퇴 및 서울을 뺏김
->다시 서울을 빼앗고 38도선에서 고지전 전투
->1953년 휴전


조직화는 정교화(elaboration)를 이끕니다. 학습내용을 조직화하여 인출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전쟁을 겪으며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알게 됩니다. 4번 여의 전투의 오르내림에 국토의 황폐화는 당연한 일이었고 나라의 기간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은 망가졌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1950년대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빈국이었고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변화인지 체감이 되며 현대사에 대한 이해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은 정교화(elaboration)입니다. 막연히 알고 있던 6.25의 과정을 조직화하여 인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현대사를 연결하며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고 확장됩니다.


인출연습을 통한 학습내용의 조직화와 정교화는 단순한 학습내용의 암기를 넘어 본질적 의미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높입니다. 또한 인출과정에서 조직화와 정교화를 통해 깊은 이해를 해본 경험은 다른 활동에도 전이되어 생각의 힘을 키웁니다.



셋째, 인출연습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관한 메타인지를 활성화시켜 학습 효율을 높입니다. 설명이나 강의, 반복 읽기를 하면 스스로 학습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유창성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소위 일타강사라고 하는 잘 가르친다고 알려진 강사의 수업을 들을 때 더욱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강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어려운 내용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게 되고 학습자 역시 어렵지 않게 설명을 듣죠. 하지만 유려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쇼팽의 녹턴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해서 내가 똑같이 연주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유려한 강사의 설명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는 모의시험, 백지 테스트, 설명하기와 같은 인출연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출연습 과정을 겪으면 순조로웠던 영역의 정교함과 인출이 어려웠거나 실패한 영역의 빈약함이 드러납니다. 반복 읽기나 강의 듣기가 만든 유창성 착각 뒤에 숨은 내 기억이 드러나는 순간이 기회의 시작입니다.


시간은 가장 강력하고 귀한 자산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 삶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강점과 약점의 진단은 시간을 쓰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불필요한 복습 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부분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배치하는 선택과 집중은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변하지 않는 비결입니다.


다음은 유리한 인출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