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수많은 농담과 진실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솔개/이태원 가사 중 발췌
2주 정도 되었네요. 회사에 다닐 때는 항상 손에 쥐고 있었던 스마트폰입니다. 대표이사가 직속상사인 업무를 하다보니 전화, 문자, 톡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 다른 이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 늘 진동으로 해 놓고는 폰을 손 근처에 놓고 업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활에서 잠깐 비켜 있는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옛 습관을 한동안 갖고 있다가, 2주 전 부터 그 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놓고 작은 집 안을 활개치고 다닙니다. 자유를 맘껏 누립니다.
무음인 폰을 바라보다가 문득 위 노랫가사가 생각 났습니다. 검색해서 가사를 바라봅니다. 그 가사들과 저의 인생을 겹쳐서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네요. 이제는 옛날 일입니다. 다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덧없는 인생의 지워져야 할 상처와 그 딱지들입니다.
'수많은 질문과 대답'
맞습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말들을 합니다. 질문과 대답, 질책과 변명, 설득, 억압, 설명, 비난, 속임, 울부짖음, 공감. 이 많은 것들이 오가는 말들을 타고 전해져 가고, 또 전해져 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지쳐가죠. 정신과 마음이 지치고 지치면, 그 문을 닫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 억눌리게 됩니다. 상처를 입은 자는 알지만, 상처를 준 자는 모르는 그 어둠의 세상 속으로 빠져 들어 갑니다. 그 '수많은' 것 속에 당신의 것은 무엇입니까?
'수많은 관계와 관계'
따뜻함과 차가움, 순전함과 그럴듯함, 뜨거움과 무미건조함. 추운 시절이 되어 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관계의 진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관계는 끊고, 어떤 관계는 새롭게 이어 갑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지혜를 더하게 된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더 이상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거나, 혹은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젊은 시절보다는 나은 관계를 맺어 가야 합니다. 그 '수많은' 관계와 관계에서 당신은 평안한가요?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수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면서 우리는 '잠깐의 무음'도 잊어 버렸습니다. 그저 뭔가는 말하고, 행해야 하죠. 그것이 살아 있음의 증거인 듯 스스로도, 다른이에게도 강요합니다. 마치 너를 위해서라는 듯이.
살아있음과 진실됨.
때론 당신의 '무음'이 이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2024.11.22. 질그릇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