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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정 Nov 18. 2020

미션 2 :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넷플릭스로 영화 ‘노트북’을 다시 봤다. 잠깐, 이 명작에 대해 모르실 수 있으니 간단히 소개하겠다. 2004년에 인기리에 상영했고 2020년 재개봉을 했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들 중 하나이며 로맨스 영화들 중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사랑을 꿈꾼다’는 메시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어떻게 그렇게 내 눈물을 쏙 빼놓는지 나의 최애 영화이기도 하다. 인생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노트북의 두 남녀 주인공에게도 선택이라는 숙제가 주어지고 그들의 선택들에 빠져들며 ‘너라면 어떻게 할래?’라며 질문을 던져준다. 몇 번을 보았더니 그들의 사랑이야기 외에 다른 것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새롭게 인상을 남긴 장면은 남녀 주인공 노아와 앨리의 첫 번째 데이트 장소였던 찻길 한가운데다.     


  앨리에 대해 궁금한 노아는 평소 무엇을 하는지 묻는다. 앨리는 수학, 외국어 수업부터 주말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까지 빼곡한 스케줄을 읊어준다. 노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묻는다.      

“그런 것들은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 좋아서 하는 일은 뭔데?”

“방금 얘기했잖아.”라며 앨리는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잠시 생각하다가 노아는 “자유로운 애인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앨리는 당당히 말한다. “난 자유로워!”

노아는 “그렇게 안 보여. 보여줄 게 있어.” 라며 성큼성큼 찻길 위 신호등이 잘 보이는 곳에 누웠다. “아버지랑 누워서 신호등 바뀌는 걸 보곤 했지. 하고 싶으면 해 봐.” 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앨리는 당황하여 “싫어. 일어나지 그래?”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노아는 다시 한번 말한다. “그게 네 문제야. 알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것.” 

앨리는 졌다는 듯이 “알았어. 그런데 차 오면 어떡해?”라고 말하며 노아의 옆에 눕는다. 

노아는 “긴장 풀고 믿어봐. 믿는 법을 배워야 돼.” 라며 안심시켰다. 

옆에 누워 함께 신호등을 보던 앨리는 “좋아서 하는 일이 뭔지 물어봤잖아.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라며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말한다. 


  시골마을의 한 밤중 도로라도 계속 잠잠하지는 않다. 큰 트럭이 “빵-” 경적 소리를 울리며 쌩하니 지나가고, 놀란 운전자로부터 따끔한 한 마디도 들어야했다. 하지만 앨리는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밝은 웃음이라기엔 많이 상기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앨리를 보고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져 짠하기까지 했다.    

 

  이 짧은 장면 안에서 담겨있듯이 노아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며, 앨리는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앨리에게 노아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앨리는 이 글을,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나였다.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나는 (어쩌면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일 당신도) 내 안의 나를 꺼내 줄 노아가 필요하다.     


  잠시 일을 쉬겠다고 말할 때 모두들 나를 부러워했다. 그들에게 그저 웃어 보이며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에게도 마땅한 해답은 없었다. 우선, 어떤 것이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려면 하기 싫은 일에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새장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 두려움은 너무 컸다. 잠시 집을 나왔다가 집이 보이지 않아 돌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서울의 명소 중 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 보고 다녀온 곳이라 어떤 박물관 인지도 모르고 다녀왔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이 아닌 서소문성 지역사 박물관인 줄 알고 다녀왔다. 입구부터 볼 수 있었던 종교적 의미를 가진 것 같은 조각상들과 왠지 모르게 경건한 분위기로부터 아,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무교인 나는 종교적 의미보다 건물의 웅장함이 우선적으로 들어왔다. 콘솔레이션 홀이라는 곳에 들어섰을 땐 입이 떡 벌 어질 정도였다. ‘위로, 위안’을 뜻한다는 콘솔레이션 홀은 조선시대 이 땅에서 목숨을 다한 과거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안과 평화로움을 주는 공간으로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에 모티브를 둔 이 공간 속에 박해 시기에 순교한 성인 다섯 분의 유해를 모신 곳이 자연광으로 비추어지고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굉장히 어둡고 커다란 공간에 나를 완전하게 둘러싼 4면에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영상 속 견고한 시멘트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도 결국엔 스며들듯 흡수되어 사라지는 물방울처럼,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았던 조선 후기 사회의 경직성과 그 이면에 싹트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파도의 물살에 견고했던 바위가 모래알이 되듯,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오듯, 경직된 조선 후기 통치질서 아래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발전된 사회를 지향한 많은 이들이 있었음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그 물방울 소리와 분위기 속에 압도되고 있었다. 광활한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에 저 화면 속으로 빠져들고 싶어 누워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관람객 한 사람이 홀 가운데 바닥에 누웠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나는 생각만 했고 그는 실천을 했다. 그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적어도 본인의 삶을 노아로 살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자타공인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타인의 눈에 그렇게 먼저 비쳤고 그런가 보다 하고 맞다고 동의를 표했다. 강한 긍정을 표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발에 껌이라도 붙은 듯 어딘가 신경 쓰이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앨리는 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새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다고 했다. 나는 새다. 아주 큰 새장이 새장인 줄 모르고 살아가는 새다. 이제야 내가 새장에 있었음을 알고 출구를 나서는 중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나의 새장을 웃는 얼굴로 뒤돌아보고 스스로 둥지를 틀어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멋진 둥지는 바라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멋져야 한다는 생각에 지쳐 내가 새인지도 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럼,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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