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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7. 2021

훈련병 엄마의 편지

D-day 10일전.  군까지 펼쳐진 못말리는 엄마열성

작은 아이의 훈련소 입소 10일전.

작은 아이가 군에 갑니다. 카투사로 입영을 명 받고 육군훈련소로 들어간다네요.

난생처음 내 아이를 군에 보낸다니 귀로만 듣던때와 마음이 사뭇 다릅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큰아이가 아직 입대전이라 우리집에서는 처음으로 군에 보내네요.

마음이 싱숭생숭 표현하기 애매합니다.  

괴롭히는 고참이라도 있으면 어쩌지? 훈련은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을까? 밥은 제대로 먹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갑니다. 군에 관한 뉴스라도 나오면 마음이 철렁 합니다.


그런 마음을 헤아렸는지 6개월전에 아들을 훈련소에 보낸 아이의 친구 엄마가 고마운 톡을 주었습니다.


  궁금한거 있음 뭐라도 물어보세요.  소소한 것들이 필요하대요.    

  *군화 깔창.

  *무릎보호대.팔보호대 - 각개전투때 필요

  *위장크림은 부대서 주는 건 잘 안발라진대요. 꼭 이니스**으로 준비하세요.

    참, 우리아이는 거울 떼고 보냈어요. 혹시 위험하다고 반품될까봐요.

  *발에 물집이 젤 힘드니까 물집 밴드

  *썬크림

  *샴푸.바디용품.폼 클렌징폼 - 훈련소는 비누밖에 안나와요. 플라스틱용기에 덜어주세요.

  *편지지.편지봉투.우표

  *연락이 서로 안되니까 친구들 주소나 전화번호 적은 수첩

  *방수시계 - 불도 나오고 진동 알람 되는걸루요

  *볼펜

  *신분증이랑 입영통지서는 필수!!!  모든 제품 유리병은 안되고 플라스틱통으로 덜어주세요~


국가에서 빤쓰(ㅋ)까지 다 주니 걱정말라던 남편의 이야기만 믿고 아무생각 없다가

톡를 받고보니 아차 싶습니다. 가뜩이나 워킹맘이라고 평소에도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군에 갈때까지 일하는 엄마는 뭔가가 부족한거 같아 서둘러 준비물을 살펴봅니다.

챙겨가야 할 물건들을 살피며 목록을 만들고 하나씩 장만합니다.

가방도 못가져가니 종이 쇼핑백에 담아야한다나요?


남편은 엄마들이 극성인게 문제라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난리입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견뎌보라고 군에 보내는데 하여튼 애 엄마들이란.."

남편이 혀를 찹니다. 그런든 말든 엄마 제 마음 입니다. 엄마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있으면 좀 더 편하다는데, 있으면 좀 더 수월하다는데.. 어느 엄마가 그냥 견디라고 할까요?

가격이 엄청난 물건들도 아니고, 내 아들이 쓸 편리의 물품들이니 인터넷에서 주문을 시작해봅니다.

주문이 안되는 것들은...동네의 다*소 같은 곳에 가서 저렴하게 구입하라고도 알려줍니다.

물건을 하나씩 끌어모으는데 마음이 물큰합니다. 18개월 멀리 보낼 아들 생각에 마음이 시큰합니다.

종종거리는 엄마들의 열성에 친한  선배는

야단도 주십니다.

''군에서만큼은 누구나 공평한 경험을 해야하는데..

물건이  더 좋은게 필요하면 공개적으로

요청해야  모두의 삶의 질이 공평하게 올라가지.

그것도 다  내 자식만 챙기는 이기심이야..'%

혀를 차는 선배의 말도 옳고 뭔가  더해주고 싶어하는

아이 친구엄마의 말도 이해되고  

제 맘이 그네를  탑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무것도 도울 수 있는게 없이 마음만 졸일까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챙겨줄게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욕먹으며 이기적인 엄마가

되어 볼 참입니다. 경험하고나면 에구! 내가 유난스러웠어 할래나요? 반성은 그때해도

괜찮을까요?  군에 보낼 아들을 가졌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엄마들은 단단히 하나가 됩니다. 서로 뭉치게  됩니다.


입영 10일전. 그래서  이 유난한 엄마도 욕  먹으며 인터넷을 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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