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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Aug 01. 2021

훈련병 엄마의 편지

육군훈련소 입소 2일

논산을 다녀오느라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네요.

출근준비를 하다가 아이 생각에 문득 달력을 봅니다.

이제 훈련소 들어간지 하루. 달력을 쳐다봤자 시간은 철옹성처럼 단단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간을 묻어두고 지내야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은 전화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니 마음 한 켠이 찌르르 시려옵니다. 


"엄마! 나 치킨 먹고 싶어. 엄마! 친구들하고 소주하잔 하러 가요. 

엄마! 오늘 학교에서요....엄마..엄마.."

젖먹이 어린아이도 아닌데, 갑자기 아들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아들이 군대 갔다니 위로해주는 말들이 곁에서 들려옵니다.

 "얘. 훈련소 나와서 자대배치 받고나면 금새 휴가 나와. 나중엔 너무 자주 나오니까 

난 귀찮아서 식탁에 3천원 놓고 나간다.  **천국에서 김밥 한줄 사먹으라고.. 호호호. 

금방 돌아와. 군대, 아무것도 아니야.."

친구들에 비해 제 간은 작아도 너무 작은 모양입니다. 뭘 해도 아들 생각이 갈피갈피 시간을 파고 듭니다.


기상나팔 소리에 달리기를 했을까?  무서운 상사에게 기 죽은건 아닐까?

일어나랄때 꾸물거리다 기합이라도 받은건 아니겠지? 

밥 먹는 속도가 늦은 아이가 급히 먹다 체한건 아닐까? 아니, 제대로 다 먹긴 한걸까? 

훈련중일까? 옆자리 동기는 어떤 친구였을까?     

시시콜콜 예민하게 신경이 쓰입니다.

남편에게 털어놓아봤자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잔소리가 뻔하니 저 혼자 마음에다 걱정을 담습니다.


회사의 젊은 직원이 그렇게 얘길하네요.

"걱정마십시요! 여군이셨던 저희 어머님은 저 군대 갈때 정말 안방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잘 다녀와라! ' 

한마디 하셨습니다. 다 잘 들 견딥니다!"

함께 일하는 후배가 그럽니다.

"저는 미국에서 들어와 군에 갔는데요, 어머니 걱정하실까봐 논산훈련소 앞 공중전화로 전화 드렸어요. 

어머니, 저 훈련소 들어가요 했더니. 어머니께서 '무슨 소리냐?' 기가 막히다는 대답이셨지요.."

이런 사례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맘을 어쩌라구요. 남들이 비웃건 말건 신경쓰이는 이 맘은 

제 능력대로 조절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아닙니다.


아이가 훈련소로 떠나기전 <더 캠프>라는 앱을 깔아주었습니다.

"엄마. 여기 보면, 다른 부모님들 이야기도 많고.. 우리 식단도 볼 수 있고 정보도 많아요.

나 보고 싶으면, 이거 보시고 글도 남기셔도 돼요."

딸같이 자상한 작은 아이가 깔아 준 앱.

오늘 아침은 뭘 먹나 검색중입니다.     

다른 부모님들도 나처럼 걱정이 크신가 뒤져보며 위안을 받습니다.


한걸음 내 딛기 위해 

한걸음 물러서 더 큰 도약을 위한 지지대를 딛기 위해

제 삶을 더 충실히 달리기 위해

지금 이 시간, 아이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현명한 힘 겨루기를 배울 것입니다.     

하루 지났는데 이렇게 마음이 시리면 어쩌지? 아이는 단단해져가고 있는데, 엄마는 약해집니다.


아, 이 아침의 우울한 기분을 뭘로 풀까요?

오늘은 회사에가서 더 바쁘게 움직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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