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가끔 쉬면서 물 멍을 하곤 한다. 네 마리로 시작한 구피를 300마리 넘게 한 동안 키우면서 자만한 탓이었을까? 통상 구피의 수명보다 오래 살긴 했지만, 하나 둘 죽더니 나중엔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다시 2년 전 출판사를 하는 친척 사무실에 갔다가 구피 아홉 마리를 분양받아 다시 200여 마리로 늘렸다. 반려 물고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관상어를 키우는 인구가 흔치 않은 것은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오죽하면 독특한 어르신임을 희화화하기 위해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이 노년에 자신의 물고기를 타이타닉 현장에 까지 공수하는 장면이 있었을까.
암튼 친척에게 받은 구피는 일반 구피라기보다는 모양과 색깔이 <송사리>에 가깝다. 자주 이용하는 쇼핑 앱을 찾아보니 예상대로 이런 권태를 거뜬이 해결할<합사 가능 물고기> 가 있어 열 마리를 주문했다. 과연 살아서 배달이 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원시적인 방법(비닐 봉지)으로 포장해 도착했다.
신입어구가 5% 밖에 안되는 데 텃세를 견뎌낼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난 지금은 외관이 확연히 구분되는데도 남의 둥지에 떨어진 뻐꾸기 알처럼 섞여서 잘 지내고 있다. 일단 초기 정착은 잘 이루어진 듯하다. 무엇보다 기존 구피들이 순한 녀석들이라 다행이다. 인간 사회에 보면 근본없는 출신들이 어쩌다 출세하게 되면 텃세나 부리면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