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만나는 것들

by 김광훈 Kai H

산책하면서 난간 위에 사마귀처럼 생긴 벌레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통행하는 길을 막고 있었다면 그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며 그의 호연지기를 보려던 참이었다.


잠시 후 역시 산책하던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그 벌레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더니 신발로 비볐다. 벌레가 비명에 횡사했다. 베테랑 전업주부로서 수 없이 많은 벌레를 처리했을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보였다.


그녀에게 무슨 벌레냐고 물어보니 대벌레로 알고 있다고 했다. 롤트랩(Sticky roll trap)을 거의 모든 나무마다 설치해 한 때 창궐했던 대벌레가 격감해 거의 보기 어려운 정도가 되었다. 줄 잡아 수십만 그루의 나무마다 설치한 봉쇄 액션(containment action)을 보고 그 방대한 규모에 아연했다.


그 어르신은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해충을 제거했지만, 당랑거철 같은 고사도 못 남기고 떠난 벌레를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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